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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어야, 장어야, 고단백 장어야②

푸드스토리

by kkabiii 2017. 10. 17.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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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장어의 3대천왕은 먹장어, 붕장어(아나고), 갯장어(하모)이다. 장어는 육지와 가까운 데서 사는 것일수록 크기가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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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산 풍천민물장어는 어쩌다 가물에 콩 나듯 잡힌다. 엄청 비싸다. 부르는 게 값이다. 양식 장어는 길어야 7~10개월 키운다. 길게는 10여년 갯벌의 온갖 영양분을 먹고 자란 자연산장어와 비교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한마디로 강하구 풍천에 내로라하는 장어전문집이 많지만, 자연산은 없다고 보면 된다. 수입산(거의 중국산)만 아니라도 다행이다. 한마디로 장어 먹겠다고 굳이 먼 곳까지 갈 이유가 없다. 다르다면 요리법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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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갯벌장어라는 것도 있다. 실뱀장어를 몇 달간 양식장에서 키운 다음, 한동안 갯벌에 풀어놓은 것이다. 이 땐 사료를 주지 않는다. 항생제도 쓰지 않는다. 삼으로 치면 장뇌삼이라고나 할까? 산삼은 아니지만 인삼보다는 효능이 낫다. 갯벌장어는 양식장어보다 비싸다. 육질도 탄력이 있다. 석쇠에 구울 때 S라인으로 꼬부라진다. 양식장어는 전혀 반응이 없다. 잠자는 ‘배둘레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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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어요리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장어양념구이, 장어소금구이, 장어마늘구이, 장어구이덮밥, 장어탕, 장어볶음, 장어깐풍기, 장어호박잎쌈··· 어떤 요리이든 장어의 비린내와 느끼함이 없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마늘 계피 생강 고추장을 쓰는 이유다. 노릇노릇한 장어구이를 먹을 때 반드시 생강채를 곁들이는 것도 그렇다. 생강채는 장어의 소화를 도와주기도 한다. 민물장어를 손질할 때 장어 뼈를 건드리면 핏줄이 터져 살에 핏물이 밴다. 핏물 밴 장어는 군내가 난다. 그렇다고 물로 핏물을 씻으면 장어를 구울 때 불판에 들러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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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울장어 전문집에선 장어를 구울 때 초벌구이를 하는 집이 많다. 장어의 느끼한 기름기를 빼기 위한 것이다. 양념하지 않은 상태에서 숯불에 살짝 한번 구운 다음, 양념을 발라 다시 한 번 굽는다. 이렇게 하면 장어가 훨씬 부드럽고 맛있다. 일본에서는 한번 찐 다음에 양념 발라 굽는 곳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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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장어는 모두 자연산이다. 양식이 없다. 바다장어의 3대천왕은 먹장어, 붕장어(아나고), 갯장어(하모)이다. 바다 물고기는 육지와 가까운 데서 사는 것일수록 크기가 작다. 바다장어도 그렇다.

 

먹장어

먹장어는 흔히 술꾼들이 ‘꼼장어’라고 부르는 것이다. 얕은 바다에서 산다. 길이가 50~60cm 정도로 바다장어 중에서 가장 작다. 연탄불이나 짚불에 껍질 채 구워 먹는 게 으뜸이다. 거의 양념구이 안주로 먹는다. 턱이 없고 입이 흡판 모양이다. 서울한복판 지하철 종각역부근에 공평동꼼장어(02-738-1769)같은 전문점도 있다.

 

붕장어

붕장어는 약간 깊고 따뜻한 바다에서 산다. 약 1m정도로 크고 굵다. ‘바다의 갱’으로 불릴 정도로 거칠다. 낮에는 모래에 파묻혀 있다가 밤에 활동한다. 붕장어 회는 얼음에 차지게 해서 먹어야 맛있다.

 

갯장어

갯장어는 바다장어 중에서 가장 먼 바다에서 산다. 길이도 2m가 넘을 정도로 가장 크다. ‘개의 이빨을 가진 뱀장어(자산어보)’라서 갯장어다. 바다장어 중에서 맛이 으뜸이라서 참장어라고도 부른다. 일본인들은 ‘하모’라고 부른다. 하모는 ‘아무거나 잘 문다’는 뜻이다. 그만큼 포악하다. 뭐든 보기만 하면 물어뜯는다. 뱀처럼 생긴 몸에 삼각형입속의 이빨이 억세다. 송곳니도 뾰족하고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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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장어는 주로 남도에서 회로 즐겨 먹는다. 여수 앞바다에서 잘 잡히는 데 7월이 제철이다. 여수경도회관(061-666-0044) 여수백두산산장어전문점(061-641-0080)이 이름난 곳이다. 갯장어 중에서 크고 맛있는 것은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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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어의 지방은 성인병을 막아주는 좋은 지방이다. 돼지삼겹살의 지방과 다르다. 장어는 그런 지방을 명태의 15배나 갖고 있다. 명태 100g을 먹으면 98Kcal의 에너지가 나오지만, 장어 100g을 먹으면 223Kcal의 힘이 솟는다. 60~70년대 결핵에 걸렸을 때 장어요리는 필수식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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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어에는 비타민A가 듬뿍하다. 밤눈 어두운 사람에게 특효다. 요즘엔 훤한 대낮에 멀쩡한 눈을 가진 사람조차 ‘길눈 어두운 사람’이 많다.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헤매는 사람이 부지기수이다. 모두 장어를 먹고 ‘마음의 눈’까지 환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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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천은 민물장어 세상에만 있는 게 아니다. 인간 세상에도 삶과 죽음의 언저리 그 어딘가에 있다. 아침이슬과 저녁노을 곁에 있다. 사람은 언젠가 그곳에서 웅크리고 있다가, 원래 있었던 곳으로 돌아간다. 뱀장어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 알을 낳듯이, 사람도 풍천에서 영혼의 살을 찌운 뒤 담담하게 저 ‘해지는 곳’으로 사라진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 귀천(歸天)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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