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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자도 민어아리랑①

푸드스토리

by kkabiii 2017. 10. 17.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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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어는 흰 살 생선이다. 산란기인 6~8월이 안성맞춤이다. 흰 살 생선은 대부분 깊은 바다에서 산다. 그래서 굼뜨다.

 

묵은지에 훌훌 싸서, 한 점 먹세 그려! 또 한 점···

장맛비에 자귀나무꽃이 요염하다. 실쭉샐쭉 눈썹달이다. 발그레 피어 오른 몽실몽실 꽃구름. 간질간질 깃털부챗살. 건듯 바람에 공작의 날갯짓으로 가늘게 떤다. 연분홍 목화솜털 꽃숭어리가 비에 젖는다. 담장너머 능소화가 하늘거린다. 넘실넘실 할금할금 웃는다. 임금님 발자국소리 들으려고, 까치발로 서성이다 죽은 궁녀의 넋. 주황꽃잎이 화사하게 달아올랐다.

1

그렇다. 민어의 ‘복사꽃살점’이 농익고 있다. 민어는 맛있다. 물컹! 씹히는 살점에 자지러진다. 물큰한 살점이 윗니와 아랫니 사이에 뭉근하게 으스러지면, 에라, 한 세상 겯거니틀거니 아옹다옹할 게 뭔가. 한 생이 삼베홑청처럼 가볍구나. 아차 한번 늙어지면, 다시 청춘 못 오나니! 돛 달아라. 돛 달아라. 지국총지국총 어사와.

 

2

한여름 민어 떼는 왜 울까. “우웅~우웅~” 왜 바다 밑에서 소 울음소리를 낼까. “꽈악~과악~” 개구리 쉰 울음소리를 토해낼까. 사람들은 바다 속에 긴 대롱을 꽂는다. 그리고 바다진흙바닥에서 울리는 민어 떼의 달뜬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민어 울음소리는 쉽게 대롱 속에 모아진다. 곧 민어 떼가 우는 곳이 가늠되고, 그곳에 그물이 던져진다.

 

한번을 울어서

여러 산 너머

가루가루 울어서

여러 산 너머

돌아오지 말아라

돌아오지 말아라

어디 거기 앉아서

둥근 괄호 열고

둥근 괄호 닫고

항아리 되어 있어라

종소리들아

-<서정춘의 종소리전문>

 

3

민어는 부레로 소리를 낸다. 민어부레는 커다란 소리울림통이다. 근육질의 뱃속 공기주머니이다. 민어는 부레를 힘껏 부풀려 뭉툭한 소리를 만든다. 생김새가 소의 등골이나 지라 비슷하다. 부레는 맛있다. 소금장에 찍어먹으면 쫀득하고 쫄깃하다. 씹을수록 새록새록 맛이 고소하게 우러난다. 찜으로 먹어도 쩍쩍 입에 달라붙는다. 부레 속에 소를 채워 찜을 한 어교순대도 황홀하다. 오이 두부 쇠고기 따위를 소로 박는다.

4

부레는 잘게 썰어 볶으면 진주 같은 구슬이 된다. 바로 아교구(阿膠球)가 그것이다. 아교구는 보약 재료로 쓴다. 부레는 말렸다가 풀을 만들면 초강력 접착제가 된다. 천년 간다는 부레풀(魚膠·어교)이다. 전통 활이나 나전칠기 자개장 만들 때 필수 천연접착제다. 놀부가 그렇게 탐을 냈던 화초장도 틀림없이 민어 부레풀을 썼을 것이다.

 

5

TV드라마 <식객>에서 최고의 숙수를 뽑는 첫 번째 시험문제가 바로 ‘민어부레를 이용한 요리를 만들라’는 것이었다. 첫 번째 숙수는 민어부레회덮밥(쫄깃하고 감칠맛)을 내놓았고, 두 번째 숙수는 민어부레석류탕(깊고 단맛)을 선보였다. 하지만 으뜸상은 성게알과 함초로 부레 속을 채운 민어부레성게알함초 요리가 차지했다. 한마디로 ‘입안에 바다가 가득하다’는 것이었다.

6

민어는 담백하면서도 구수하다. 10㎏이 넘는 수컷을 최고로 친다. 암치는 알을 낳아서 살점이 부석부석하다. 경매가도 한참 떨어진다. 남도에선 민어 큰 것을 ‘개우치’라고 부른다. 민어는 보통 12~13년 정도 산다.

 

7

민어는 흰 살 생선이다. 흰 살에 연분홍 복사꽃 빛이 스리슬쩍 사르르 감돈다. 산란기인 6~8월이 안성맞춤이다. 흰 살 생선은 대부분 깊은 바다에서 산다. 굼뜨다. 조기 광어 대구 명태 가자미 우럭 도미 병어 갈치들이다. 맛이 진하지 않고, 살이 연하다. 씹는 맛이 부드러우면서도, 물컹한 것이 두고두고 남는다.

 

8

붉은 살 생선은 보통 등이 푸르다. 그래야 눈 밝은 새들에게 잡혀 먹히지 않는다. 얕은 바다에서 살기 때문에 바다색깔과 비슷해야 유리하다. 동작도 ‘빠릿빠릿’하고 잽싸다. 고등어, 정어리, 멸치, 참치, 꽁치, 삼치, 연어가 그렇다. 이것들은 하나같이 핏대들이다. 성질이 불 같다. 뭍에 나오면 금세 펄펄 뛰다가, 죽어버린다. 상하기 쉬워 빨리 먹어야 한다. 맛이 진하고 비린내가 강하다. 기름기가 많아 느끼하지만, 고소하다.

 

9

회는 흰 살 생선회부터 먹는 게 기본이다. 붉은 살 생선회부터 먹으면 ‘느끼한 맛이 오래 남아있어’ 다른 생선회 맛은 느끼기 어렵다. 민어는 어린이, 노인, 환자, 여자들에게 좋은 음식이다. 소화흡수가 잘돼 허약한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입맛을 나게 하고 이뇨작용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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