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冬至)는 24절기 중 22번째이자 겨울 절기 6개 중 4번째 절기다. 동지 절기가 되면 밤이 가장 길다는 것 말고도 팥죽이나 한파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도 ‘동지’ 하면 ‘팥죽 먹는 날’ 쯤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예 ‘동지팥죽’을 한데 묶어서 생각할 정도다. 조상들은 동짓날 팥죽을 먹어야 비로소 나이 한 살을 더 먹는다고 생각했다. 또 잔병이나 액귀(厄鬼)를 쫒아내 집안에 안녕을 가져다준다고 믿었다. 이웃 간에 나눠먹으며 정을 나누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팥죽을 먹었다는 기록은 고려시대 때 처음 등장한다. 익재집(益齋集)이란 책에 동짓날 가족이 한데 모여 팥죽을 끓여먹고 부모님께 장수를 기원하며 술을 올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동지팥죽의 유래는 6세기 초 간행된 중국의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란 책에 적혀 있다. 이 책에 있는 동지팥죽의 유래담은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란 책에 그대로 인용됐는데 그 내용이 매우 짧다. 옛날 공공 씨(共工氏, 요순시대에 형벌을 맡았던 관명에서 비롯한 성씨)에게 바보 아들이 하나 있었다. 그 아들이 동짓날에 죽어 역질 귀신이 돼 온 마을에 큰 피해를 주게 됐다는 것. 공공 씨는 아들이 생전에 팥을 두려워했다는 사실에 착안해 동짓날 팥죽을 쑤어 집안 곳곳에 뿌려 물리치게 했다고 한다. 이 유래담을 통해 팥이 예전부터 악귀를 예방하는 데 쓰였음을 알 수가 있다.
조상들은 동지를 설 다음으로 경사스러운 날로 여겼다. 조선시대에는 아세(亞歲)’ 또는 ‘작은설’로도 불렀다. ‘동지팥죽을 먹어야 나이 한 살을 더 먹는다’는 뜻의 ‘동지첨치(冬至添齒)’란 말도 이런 배경에서 생겨났다. ‘설날 떡국을 먹으면 나이 한 살을 더 먹게 된다’는 설의 의미가 동지까지 거슬러 적용된 셈이다. 동지팥죽을 먹는 풍습은 지역별로 다양했다. 경기도 지방에서는 사당에서 팥죽으로 차례를 지낸 다음 방이나 마루 등에 둘러앉아 팥죽을 먹었다고 전해진다. 강원도에서는 팥죽 새알심에 찹쌀이나 수수쌀로 만든 ‘옹심’을 넣어 나이 수대로 먹었다. 충남 연기 지방에서는 ‘동지불공(冬至佛供)’이라 해서 불공을 드리러 절에 다녀오기도 했다. 경상도에서는 삼신, 성주에게 빌거나 집안의 병해를 쫓아낸다며 팥죽을 솔가지에 묻혀 집밖 곳곳에 뿌리는 풍습이 있었다. 일부 지방에서는 물이 정화되고 전염병이 없어진다고 여겨 우물에 팥을 넣기도 했다.
이처럼 조상들은 팔팔 끓인 동지 팥죽을 먹거나 대문이나 벽에 뿌리며 가족의 건강과 새해의 무사안녕을 빌었다. 팥죽의 붉은 색이 잡귀를 몰아낸다고 믿었기 때문. 하지만 동지가 음력 11월 10일 안에 들면 ‘애동지’라고 해서 팥죽을 쑤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나쁘다는 생각에서였다. 올해 동지는 음력 11월 23일로 애동지에 해당하지 않는다. 집안에 괴질로 죽은 사람이 있어도 팥죽을 쑤지 않았다고 한다. 경사나 재앙이 생겼을 때도 팥죽, 팥밥, 팥떡을 해 먹었는데 요즘도 고사 때 팥떡을 해 먹는 건 이런 풍습에서 유래한다. 동지 팥죽에 담긴 진정한 의미는 “새해에도 우리 집안사람들이 전염병에 걸리지 말고 건강하게 잘 살도록 해 주십시오”라는 소원이 아니었을까.
동지팥죽이 액을 면하게 해주는 걸로 여겨지면서 이웃 간에 나눠먹는 풍습도 생겼다. 팥죽을 통해 이웃과 정을 나누고자 했다. 여유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이웃과 팥죽을 나눠 먹었다. 올해도 전국의 수많은 사찰이나 지자체, 회사, 단체 등이 동짓날을 전후로 이웃과 팥죽을 나눠 먹는 행사를 갖는데 이 또한 예전부터 내려오는 풍습의 일환이다.
기상이란 측면에서 보면 동지를 기점으로 약 한 달간은 추위가 맹위를 떨치는 시기다. 봄을 향해 달아나려는 겨울을 옭아매려는 듯 이때 한파는 연중 최고다. 특히 소한(小寒) 무렵의 추위는 가장 혹독하다. “대한이 소한 집에 놀러 갔다 얼어 죽었다”는 말이 그래서 전해진다. 절기가 만들어졌던 당시 중국에서는 대한(大寒) 때가 연중 가장 추웠다고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는 기후통계학적으로 소한 무렵이 대개 가장 춥다. 앞으로 약 보름 후 맞게 되는 소한 무렵엔 추위가 절정에 달하는 만큼 미리미리 잘 대비할 필요가 있다. 한파에 장시간 노출되면 특히 저체온증, 동상 등과 같은 한랭 질환에 걸릴 우려가 커진다. 빙판길에 미끄러져 타박상, 골절상을 입는 낙상 사고도 빈번해진다. 특히 장년이나 노인들에게 낙상사고는 치명적일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그렇다면 한파에 노출될 경우 어떤 현상들이 나타날까? 사이다는 영하 6℃, 맥주는 영하 10℃, 포도주는 영하 13℃에서 얼기 시작한다. 보통 영하 10~15℃가 되면 유리창에 성에가 낀다. 영하 20℃ 이하가 되면 얼굴을 내놓고 집 밖을 나다니기가 어렵게 된다. 눈썹이나 수염에 백발노인처럼 서리가 낀다. 동결 현상으로 인해 건물의 이음새 부분이 깨지거나 밤중에 집안에서 우는 소리가 나기도 한다. 영하 25℃ 밑으로 떨어지면 선 채로 소변을 볼 수 없게 된다. 영하 30℃ 이하가 되면 나무가 얼기도 하고 영하 40℃ 밑으로 떨어지면 작은 새나 까마귀가 동사해서 떨어진다. 영하 50℃ 아래서는 숨 쉴 때 입김이 귀 부근에서 얼어붙으며 약한 소리가 난다고 한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현대적 방식으로 측정한 우리나라 겨울 최저기온 기록은 강원도 금화군의 영하 33.4℃(1942년 1월 15일)였다. 일부에선 지구온난화 여파로 올해 한파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동지에 이어 다가오는 소한, 대한 무렵의 한파 절정기를 건강하게 잘 보낼 수 있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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