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
발효빵, 빌라 토니
타와케(Anasa Tawake) 피지 원주민 언어문화연구소 연구관
빌라 토니 Ⓒ 피지 원주민 언어문화연구소
태평양은 우거진 숲, 새하얀 모래사장, 깊고 푸른 바다, 넓디넓은 땅, 친절한 사람들, 그리고 군침이 돌게하는 맛있는 음식들로 유명하다. 피지 역시 예외가 아니다.
남태평양 중앙부에 위치한 피지는 300 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화산섬이다. 다른 개발도상국과 마찬가지로 피지 역시 변화, 특히 토착문화에 있어서 근대화에 매우 취약하다. 피지의 토착 전통문화의 근대적 변화는 전통 공예, 의복, 어로방식 그리고 심지어 요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수백 년 동안 유지해온 대표적인 음식 문화는 음식을 저장하기 위한 발효법이다. 음식을 만드는 다른 방법들, 예를 들면 훈제, 건조, 염장과 같은 전통도 아직 남아 있지만 이런 방식으로 만드는 음식들은 점점 귀해져서 국가 행사에서나 볼 수 있을 정도이다. 특히 전분을 발효시키는 것은 토착 음식문화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달도(daldo), 쿠말라 (kumala), 빵나무 열매, 얌, 플랜테인 (요리해먹는 바나나의 일종 -역주) 등의 전분이 토착민들의 주식이기 때문이다.
음식 저장기술이 도입되기 훨씬 전부터 피지 원주민들은 다양한 음식 발효법을 발전시켜왔으며 이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어로, 농경 그리고 부족 간 전쟁 등 사람들의 생활방식 속에서 점차 보완되었다. 기독교가 들어오고 이후 식민지화되면서 음식전통과 생활방식에 있어서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었다.
이 글에서는 발효를 통해 만들어지는 빌라 토니 (bila toni) 라는 전통 빵에 대해 살펴보겠다. 빌라 토니는 동부 주도 (主島) 비틸레부 (Vitilevu) 의 타일레부 (Tailevu) 주의 날리아 (Naliā) 마을 사람들의 음식전통의 일부이다.
빌라토니는 맛있는 향, 식욕을 자극하는 외관, 그리고 독특한 포장 때문에 보는 이로 하여금 먹고싶은 마음이 들게한다. 피지에서는 아주 인기 있는 간식으로 거리, 시장 심지어 호텔에서도 판매된다. 이것은 프랑스의 치즈와 비슷하다.
요즘 빌라 토니는 카사바로 만든다. 먼저 카사바의 껍질을 벗기고 7일 간 물통 속에 담가 둔다. 물통 속에 담가두는 과정은 1950 년대에 시작되었다. 전통적으로 카사바를 자루에 싸서 묶은 다음 나일라 근처의 강에 7일간 담가 두었다. 발효된 카사바 안의 심지를 잡아 빼면 정수리 부분에 곰팡이가 피어있다. 곰팡이가 핀 카사바를 타고나 (takona) 라고 하는 전통 그릇에 넣고 으깬다. 이 그릇은 지역에서 자라는 단단한 나무를 갈라 만든 것이다. 카사바는 걸쭉해질 때까지 치댄다. 반죽이 걸쭉해지면 신선한 코코넛을 곱게 긁어서 설탕과 함께 섞어주어 단 맛을 내게 한다. 설탕이 들어오기 전에는 단맛이 나는 코르딜린 (cordyline) 의 뿌리를 갈아 즙을 내어 사용하였다. 모든 재료를 섞어 반죽을 만든다. 반죽은 막대기로 모양을 만들고 코르딜린 잎으로 감싼다. 지역 방언으로 이를 바실리 (vasili) 라고 한다. 이것을 한 시간 정도 삶는다. 구부려 보았을 때 부러 지지 않고 휘어지면 빌라 토니가 다 된 것이다.
문화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늘 적응하면서 변화한다. 빌라 토니가 그런 예이다. 원래 이 빵은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 즐기는 음식이었지만, 오늘날 빌라 토니는 원래의 목적과는 다르게 수익을 내기 위해 판매되고 있다. 또한 설탕, 자루, 플라스틱과 같은 새로운 재료와 성분들이 사용된다. 피지의 다른 지역에도 그들만의 다양한 발효빵이 있겠지만 나일라의 빌라 토니는 독특하고 인기가 많아서 나일라 사람을 가리키는 또 다른 말로 사용되기도 하고 동시에 수익을 창출하는 수단으로 변화하였다.
빌라 토니를 벗겨 놓은 모습 Ⓒ 피지 원주민 언어문화연구소
한국
김치 담그기 풍습 김장에 내포된 전통지식
가을에 수확한 채소를 겨우내 먹기위한 저장전통은 한반도에서 농경이 처음 시작되었던 신석기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래된 풍습이다. 땅속에 채소를 묻으면, 바깥 부분은 말라도 수분을 머금은 채소의 안쪽 부분은 내내 신선함을 유지한다. 그러나 이 방법은 많은 양의 채소를 오래 두고 먹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더 오래 저장하기 위해 고안해낸 방법이 채소를 그늘에 말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방법 역시 채소 본연의 맛을 유지할 수 없었다. 여러 세대를 내 려오면서 더 나은 저장법을 찾기 위한 시행착오를 거쳐 소금물에 절이는 방법을 알아냈다.
이는 오늘날 식품과학에서 말하는 삼투압을 이용하는 것이다. 삼투압은 채소와 소금물의 유기물질간의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진다. 간장과 된장을 만들어 먹게 되면서 간장과 된장도 소금물과 함께 삼투압을 활용한 채소 절임에 사용되었다. 기록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13세기 초부터 김치 만들기, 즉 김장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려시대 시인이자 정치 가인 이규보 (1168-1241)는 무는 여름에는 간장에 절여 보관하고 겨울에는 소금을 쓴다고 기록하였다.
전통적으로 배추와 파도 김장을 담그는 채소였다. 조선시대 세조 (1417-1468) 때 전의감 의관을 지냈던 전순의가 쓴 산가요록 (山家要錄)에는 소금물에 절인 무 청침채와 배추를 절인 침백채, 그리고 파를 절인 생청침채의 조리법이 실려 있다. 침채란 소금물에 채소를 절여 보관하는 것을 일컫는 말로 언어학자들은 오늘날 김치라는 말이 이 말에서 기원하여 변형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장은 침장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그래서 김장은 글자 그대로 ‘김치를 저장한다’는 뜻이다. 소금물에 채소를 절이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보편화되어 있는 음식전통이다. 피클, 사우어크라우트, 중국의 파오차이 (paocai), 일본의 츠케모노는 모두 절인 채소의 대표적인 예이다.
김장김치는 18세기에 들어서면서 획기적인 전환을 맞이했다. 조선시대 학자 홍석모 (17811857) 는 그의 저서 동국세시기 (東國歲時記) 에 ‘서울사람들은 10월에 김치를 만드는데 무, 배추, 마늘, 천초, 고춧가루, 그리고 소금을 재료로 사용하며, 만든 김치는 항아리에 담아 저장한다’ 라고 기록하였다. 고추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건너온 것으로 16세기 말경 한반도에 처음 들어온 이래로 재배되기 시작하였다. 고추를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소금에 절인 채소에 매운 양념을 더한 새로운 김치가 등장하게 되었다. 새로운 절임 방식은 다양한 양념으로 채소의 맛과 향은 유지하는 반면 예전에 비해 소금은 덜 들어가게 되었다. 따라서 한국의 김치는 염장, 매운 맛, 발효의 다양한 과정을 거치면서 풍부하고 섬세한 감칠맛이 난다.
18세기 이래로 한국의 가정은 늦가을이면 다함께 모여 고춧가루가 들어간 매운 김치 (깍두기, 배추김치, 총각김치, 파김치 등)와 물김치 (동치미), 백김치 그리고 장김치를 담가 항아리에 담고 땅에 묻어 저장하였다. 이러한 풍습을 김장이라고 한다. 김장은 엄청난 노동력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웃 사람들은 서로 돌아가며 김장하는 것을 도와주는데 이를 김장 품앗이 (노동력 교환)라고 한다. 20 세기 초 급속한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해 김장은 공동체 보다는 개별 가족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다세대 주택에 거주하는 한국인의 비율이 65 퍼센트에 달했던 1992년에, 김치냉장고가 발명되면서 김치를 집안에 보관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의 김장 전통에는 각 집마다 그들 나름의 김치 조리법이 있어 그 김치의 맛은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하다. 김장하는 법은 할머니에서 어머니로 그리고 그 딸 혹은 며느리로 이어진다. 이는 가족이라는 사회단위 속에서 김장하는 풍습을 통해 채소를 발효시켜 저장하는 핵심 기술이 보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탄
초라닝바(Chora’nyingba): 메락-삭텡(Merak-Sakteng) 공동체의 맛
겐곱 카르충(Gengop Karchung) 부탄국립도서관아카이브 연구미디어국 연구원
해발 3,525m와 2,973m에 이르는 지역에 정착한 메락(Merak)과 삭텡(Sakteng) 공동체는 각기 거주하는 지역은 다르다. 그러나 그들은 똑같은 문화와 전통을 지니고 있는 까닭에 보통 사람들은 이들 두 공동체가 한 민족 혹은 한 마을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 두 공동체의 거주지는 냑 -쿵라 (Nyakcung La) 라는 고산시대의 산길로 분리 되어 있어 사실상 두 공동체를 왕래하려면 꼬박 하루가 걸린다. 이 지역의 사람들은 14세기에 ‘라마 자레파 (Lama Jarepa) ’의 지도 아래 티베트에서 쵸나 (Tshona) 로 이주해온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 도착한 이래로 그들은 독특한 의복을 입고 그들만의 언어를 사용해 왔으며 동부 부탄의 고지대 환경에 적합한 생활방식을 가진 유목민으로서 생활에 적응해 나갔다. 메락과 삭텡 사람들은 야크, 양, 조와 조모스 (야크와 소의 잡종, 각각 암컷과 수컷의 이름)와 같은 고산 동물들을 사육해왔다. 그리고 의식주는 주로 이들 가축에서 얻는 것으로 해결하였다. 야크와 조모스는 기본적으로 우유를 얻기 위해 키웠다. 우유의 반은 약한불에 데워 살균과정을 거쳐 커드 (우유를 응고시킨 것)를 만든다. 그리고 커드와 우유를 똑같은 양으로 섞어 저으면 버터와 버터우유가 만들어진다. 이 버터우유를 솥에 붓고 약한 불에 데워준다. 그러면 코티지 치즈와 훼이가 나온다. 부드러운 발효 치즈를 만들기 위해서는 비록 시간이 좀더 걸리더라도 훼이 속에서 치즈를 완전히 끓여야 발효치즈 만들기에 더 좋은 코티지 치즈를 얻을 수 있다. 이 발효치즈를 초라’닝바 (Chora’ Nyngba)’라고 한다. (여기서 초라는 ‘치즈’, 닝바는 ‘오래된’이라는 뜻이다.)
치즈에서 발효까지
코티지 치즈를 추르-챠(chur-tsa) 라고 하는 체 모양의 바구니에 모아 담은 후 가죽 가방에 옮겨 넣고 나무 막대기 초라락통 (choralaktong) 으로 눌러준다. 가죽가방 속으로 치즈를 밀어넣어 힘껏 눌러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만약 가죽 가방이 헐거워지거나 치즈가 단단하게 채워지지 않으면 구더기가 피고 치즈가 끈적이면서 상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좋은 가죽을 쓰는 것도 중요하다. 가죽은 부드럽고 너무 두껍지 않은 것이 좋은 치즈를 만들기에 적합하다. 그래서 삼바사슴의 가죽이 좋은 품질의 발효치즈를 만들기에 제일 좋은 가죽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해발고도가 낮은 지역에서는 다른 동물의 가죽도 삼바사슴 가죽만큼이나 좋은 치즈를 만들 수 있다. 왜냐하면 저지대 동물 가죽은 고지대 동물 가죽보다 얇기 때문이다. 자연환경의 영향으로 고지대 동물의 가죽이 두껍기 때문에 치즈 발효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죽이 두꺼워도 털과 가죽 내벽을 제거하고 무두질을 하면 사용할 수 있다. 사용하는 가죽에는 말리는 것 외의 어떤 처리도 하지 않는다.
일단 가죽통을 다 채우고 나면 사면 바늘 조르-세캅 (zhor-se khab) 과 야크의 꼬리털로 만든 실인 느가마 띠구 (ngama thigu) 를 이용해 가죽 가방을 꿰맨다. 이렇게 해서 선반에 올려놓고 건조시킨다. 그 다음 적절한 온도와 습도를 맞춰주는 것이 관건이다. 열을 가해 가죽을 건조시키는 작업도 중요하다. 너무 뜨거우면 치즈가 안에서 끓어 버린다. 그렇게 되면 치즈가 부패한다. 그래서 완벽한 발효과정은 완전한 건조를 위해 적절한 열을 필요로 한다. 여름철이나 기후가 습할 때 가죽 가방 주변에 파리가 들끓거나 바늘땀 사이에 구더기가 꾀면 재를 뿌려 치즈가 상하는 것을 방지한다.
적정한 조건에서 치즈는 수개월에서 3년까지 저장된다. 저장기간이 길수록 치즈의 맛도 좋아진다. 가장 좋은 발효 치즈는 붉은색과 노르스름한 색을 띠며 약간 톡 쏘는 냄새가 나며. 그보다 덜 좋은 치즈는 푸르스름한 색에 톡 쏘는 향이 강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발효 치즈는 부탄의 음식들, 특히 스프와 칠리 커리를 만드는데 들어가기도 하고, 치즈만 그냥 먹거나 구워서도 먹고 밥이나 끓인 밀가루 반죽 잔 (zan)에 곁들여 먹기도 한다.
필리핀
전통 떡 푸토(Puto)를 만드는 전통 발효
코라존 S. 알비나(Corazon S. Alvina) 국가문화예술위원회 위원
언뜻 생각하면 필리핀 전통 떡인 푸토(puto)는 발효음식에 해당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풍겨오는 냄새를 한번 맡아보거나 한 입 베어 물어보면 약하지만 기분좋은 술맛이 느껴지는 신 맛이 난다. 말하자면, 잘 만들어진 푸토는 발효된 쌀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푸토는 두 번의 조리 과정을 거치는데, 먼저 불 없이 발효시키고 다음에 불 위에 올려 찐다.
푸토는 80여 종에 달하는 필리핀 떡 중의 하나이다. 푸토는 아침이나 점식 식사의 일부로 주메뉴는 아닐지라도 고대 필리핀인들의 신앙이나 관습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식문화학자 펠리스 P. Sta. 마리아 (Felice P.Sta. Maria)는 “스페인 정복 이전에 신앙의 대상이었던 신들은 이 떡이 없으면 어떠한 제물에도 만족하지 않았다.” 라고 하였다.
오늘날에도 푸토는 전통방식 그대로 만들어진다. 비록 파시그 (Pasig), 비냥(Biñan), 칼라시아오 (Calasiao), 마나플라 (Manapla) 그리고 카가얀 드 오로 (Cagayan de Oro) 등 일부 지역에 한정된 것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들 지역에서 푸토를 만드는 것은 중요한 가내수공업이며 푸토에 자신들의 마을 이름을 붙인다. 대부분의 푸토는 하얀색이지만 비냥과 카가얀 드 오로의 푸토는 밝은 갈색이나 베이지색을 띤다.
푸토를 만드는 일은 세대간 혹은 친족간에 전수된 조리법을 통해 한 가족이라는 연대 의식을 갖게 한다. 그들만의 다양한 푸토 조리법으로 유명한 집안이 있는 것은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다. 과거에 푸토는 지역어로 라온 (laon) 이라고 하는 1년 묵은 쌀로 만들었다. 갈 라퐁 (galapong) 이라는 걸쭉한 반죽을 만들기 위해서는 쌀을 하룻밤 물에 불려두었다가 길 린간 (gilingan, 손으로 돌려 가는 화강암 맷돌)에 넣어 갈아야 한다. 쌀을 한번에 한 숟가락씩 떠서 적당한 농도가 되도록 필요한 만큼의 물과 함께 맷돌에 넣는다. 맷돌로 쌀을 갈 때, 윗돌에 수직으로 붙은 나무로 된 맷손을 잡고 윗돌을 돌리면 맷돌 옆으로 쌀이 걸쭉하게 갈려 나온다. 이것은 맷돌 옆의 움푹파인 관으로 흘러들어가 모인다. 주전자 주둥이처럼 생긴 이 관에 홈이 있는데 이는 나중에 쌀 갈은 것을 쉽게 쏟아 붓기 위해서이다. 이렇게 간 쌀은 발효를 위해 한동안 놓아두는데 (요즘은 냉장고를 사용한다) 경우에 따라 3 일 정도 두기도 한다. 카가얀 드 오로 지역에 서는 하룻밤동안 발효를 촉진하기 위해 투바 (tuba, 발효시킨 코코넛 즙)를 넣는다. 그런 다음 마지막으로 발효된 반죽을 바나나 잎으로 만든 용기에 옮겨 담고 뚜껑을 덮은 채 반죽이 촉촉하고 솜같이 부풀 때까지 찐다. 조리도 구는 예전에는 대나무로 만든 것을 썼지만 오늘날은 양철, 알루미늄 혹은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것을 사용한다. 찜통 뚜껑의 모양은 원추형인데 이는 응결된 수증기가 뚜껑의 가장자리를 따라 흘러내리게 해서 푸토 위에 떨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이 반죽을 작은 틀에 부어 찌기도 한다. 20 세기 초에는 작은 도자기 컵이 사용되었다. 특히 니그로 옥시덴탈 (Negros Occedental) 지역에서는 푸토 마나플라 (puto manapla)를 만들 때 바나나 잎으로 직경 8센티미터 정도로 찜통에 넣을 수 있는 작은 용기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하였다. 이 푸토는 전통적으로 두 개를 한 쌍으로 위로 나란히 쌓거나 옆으로 붙여서 내놓는다. 푸토는 큰 것의 경우는 직경이 60센티미터, 두께가 4~5 센티미터에 이르는 것도 있다. 이것을 재봉실로 네 변이 직선이 되도록 평행사변형으로 자른다. 이렇게 하면 푸토가 속까지 잘 익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푸토는 아니스나 나뭇재 소다를 살짝 발라 풍미를 더한다. 조리할 때 사용했던 바나나 잎은 푸토에 은은한 향을 더해준다. 푸토는 길거리 행상에서 신선한 코코넛 과육과 함께 널리 판매되는 음식이다.
지금은 필리핀 음식문화에 보편적인 부분이 되었지만 사실 쌀은 필리핀 토종 작물이 아니라 선사시대에 외부에서 전래된 작물이다. 여러 민족들이 여전히 50~70 여종의 쌀을 재배하며 그중 일부는 특정 의례용으로 재배한다. 쌀은 의례 그 자체이면서 동시에 주식이다. 모유 다음으로 아기가 가장 먼저 먹는 음식은 암(am) 인데 이것은 밥을 할 때 처음 끓는 물 표면에 생기는 녹말성분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식사할 때 대부분의 필리핀 사람들에게 김이 솟는 뜨끈뜨끈한 밥만큼 좋은 것은 없다.
쌀은 새 집에 제일 먼저 가져가는 물건 중 하나이다. 그리고 그이후로 운이 다하지않도록 쌀독은 절대로 비워두면 안된다. 농사에 종사하는 공동체의 부모들은 곧 아이가 태어나거나, 수호 성자 축일, 마을 축제, 크리스마스 또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날에 쓸 몇 가지 특별한 종류의 쌀을 따로 심는다.
오늘날까지도 지방의 가톨릭 축제에는 쌀자루를 교회에 바치는 경우가 많다. 쌀은 필리핀 기독교 신에게 바치는 선물인데 반해 기독교 이전 신에게 바치는 공물인 푸토는 모든 사람들이 공유하는 방식을 통해 삶의 은총을 기원하는 것이다.
타야바스 계단식 논(좌), 전통 떡 푸토(우) Ⓒ 코라존 S. 알비나
본 원고는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에서 발간하고 있는 ICH COURIER 한국어 판 VOL 18에 수록된 "WINDOW OF ICH"에서 발췌한 내용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