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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수록 강해진다

바둑이야기

by kkabiii 2017. 10. 1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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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강해지는 생존본능

일본기원 프로기사의 성적은 프로기사의 고향과 일본 기원 사이의 거리에 비례한다는 재미있는 보고가 있다. 일본 바둑 프로기사의 고향이 일본 기원과 거리가 멀수록 실력이 강하다는 것이다. 일본기원 프로기사 중 두각을 나타낸 오청원, 임해봉, 조치훈 등 외국기사는 말할 것도 없고 일본에 사는 기사들까지도 거리에 비례하여 실력이 강하다는 것이다.
오청원 씨는 중국인으로 日本의 고수들을 모두 꺾고 일본의 절대강자로 군림하여 現代일본의 신 포석 이론을 정립하여 기성(棋聖)이라 불리고 있다.

바둑기사 조치훈의 일본입성기

한국의 조치훈 씨는 5살 때 일본에 건너가 기다리 도장에서 바둑수업을 받고 11세 때 최연소 입단 기록을 세웠다. 23세 때 명인 타이틀을 차지하였고 기성전 도전국에서 후지사와 슈코에서 3연패를 한 이후에 다시 4연승을 하여 대 역전극을 펼침으로써, 랭킹 1위에서 3위까지 세 개의 타이틀을 쟁취해 일본 역사상 처음으로 大 3관왕이 되었다.
그는 86년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하여 오직 왼손가락만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심한골절상을 입어 병상에 누워있어야만 했다. 곧바로 기성 도전기 날짜가 다가왔을 때 조치훈 기성은 “난 아직 왼손가락을 쓸 수 있다. 제발 시합에 나가게 해줘!”라고 했으나 묵살되었고 제1국은 바둑을 둬보지도 못하고 기권패가 되었다. 곧이어 다가온 제2국 도전기에 조치훈 기성은 휠체어를 타고 도전자 고바야시 9단을 맞아 그 유명한 휠체어 대국을 하게 된다.
이집트 미이라처럼 온몸에 붕대를 감은 중환자가 되어 목숨을 걸고 둔 이 바둑에서 조치훈 기성은 불굴의 투혼으로 명국을 두어 완승을 한다. 정상인도 견디기 힘든 18시간의 기나긴 바둑 여정을 생각한다면 “목숨을 걸고 바둑을 둔다.”는 그의 말은 전혀 과장이 아니다. 그 후 조치훈 기사는 대삼관왕을 다시 한 번 더 달성했고 본인방 11연패 기록 수립 등 일본 바둑의 모든 기록을 갱신했다.
무엇이 그의 투혼을 불사르게 했던가?
고국의 명예 때문이었을까?
가문의 영광 때문이었을까?
아니다. 그런 사치스러운 이유보다 더욱더 처절한 이유 즉 “생존을 위한 몸짓”이라고 봐야한다. 다섯 살 어린나이에 조국과 부모, 친지를 버리고 홀로 타국 땅에 가서 직업 경쟁에 뒤진다면 그가 타향 땅에 있어야 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그는 철없는 다섯 살의 어린 나이로 한국에 있을 때는 마냥 부모에게 응석을 부리고 보호를 바라고 있었을 터이지만 도일(渡日)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고 생존의 위협을 느꼈다.
일본에서 바둑 공부를 하는 동안 그는 캄캄한 밤에 홀로 무인도에 남아 멀리 육지의 불빛을 바라보는 것처럼 다다미방에서 외로움으로 몸서리쳤을 것이다. 그가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직업에서, 다시 말해 바둑에서 최고의 기사가 되는 것이었다. 일등을 하지 못하면 일본인들의 조소를 감당해 낼 길이 없었던 것이었다.
한국 바둑계의 정상 계보 역시 일본과 다르지 않다.
조남철-김인-조훈현-이창호-이세돌
모두 서울에서 거리가 먼 호남 출신들 아닌가?

우리나라의 유학생들이 구미 선진국에 가서도 그들과 경쟁을 하여 대다수가 상위그룹에 속한다. 오직 수능으로만 평가되는 우리나라의 잘못된 교육정책으로 인해 마음먹은 대학에 입학할 수 없어 외국으로 간 유학생들도 외국에서는 80% 이상이 경쟁에서 앞서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는 공부를 잘해서 한국의 우수대학에 진학한 친구들보다도 훨씬 더 경쟁에 앞서게 된다. 그 유학생들 중, 다시 한국에 돌아가면 부모의 보살핌과 재산이 있다고 안심하는 일부 학생들은 성공을 거둘 수 없었지만, 돌아갈 보트를 불태우고(Burn your boat behind you!) 결연한 의지로 그 나라에서 살아남겠다고 생각한 유학생들은 모두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타향에서 생존본능이 강해진 동물들

영국에서 북아메리카로 이주해 온 청교도들은 북아메리카에 살고 있는 인디언들을 무차별 살상했고 영토를 빼앗았다. 그들은 영국에서 살 때는 개척정신신이 강한 우수한 그룹이었으나, 새로운 대륙으로 이주한 이후 아메리카 인디언에게는 난폭하게 되었다.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들도 외지로 가면 강해지고 난폭해진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블루길이라는 물고기는 한국에서는 ‘월남붕어’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흐르는 물에서는 번식이나 적응을 잘 못하는 습성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들어와 적응력을 높이고 번식을 하였다. 한때 물속 생태계를 뒤흔들어놓고 물속의 무법자로 군림할 만큼 강한 존재가 되었던 것이다. 블루길은 수산청이 수산자원을 늘리기 위해 일본으로부터 새끼 510마리를 들여와 팔당댐 부근에 놓아주었던 어종이다. 이 어종은 독성실험에 공시생물로 사용되고, 식용으로도 기대된다고 하였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매운탕으로도 적절하지 못하다는 평가가 난 것이다.
배스와 마찬가지로 수자원인 어족자원 확보의 실패와 우리 민물 생태계를 위협하기까지 하여 이중고에 시달리는 대표적인 사례다. 맛이 없어 상업화에도 실패한 어종이다. 전국 하천과 호수에 방류된 것이 시조이지만 방류와 더불어 폭발적으로 늘어난 대표적 외래어종으로 담수 생태계 파괴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이 블루길은 원래는 그렇게 포악하지는 않았으나 한국으로 서식지를 옮긴 후 본래보다 훨씬 더 포악해졌다. 또 미국 동부가 고향인 황소개구리는 1970년대 초반 식용을 목적으로 수입되었다. 그러나 판매가 시들해진 1990년대에 와서 황소개구리는 산기슭과 들에 많이 자라게 되어 생태계를 교란시켰다. 길이 60cm, 무게가 1kg이나 나가는 이 대형 황소개구리는
뱀이나 조류도 잡아먹을 수 없는 천하무적의 양서류로 군림하였다. 황소개구리는 수백 개의 알을 낳는 토종개구리와 달리 1만개가 넘는 알을 낳아 왕성히 번식하여 갔다. 여름밤 들에 나가면 그 울음소리가 얼마나 우렁찬지 가히 공포를 느낄 정도였다. 이 황소개구리는 물고기나 메뚜기 등 곤충을 무차별 섭식함으로써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 되었다. 황소개구리는 현재 자연의 억제력에 의해 많이 줄어들었고 블루길과 큰 입 배스는 쏘가리 등 토종천적을 만나 다소 줄어들었지만, 그들은 타향에 와서 생존본능이 더욱 강해져 아직도 잘 번성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카시아와 잔디, 클로버의 강한 생존력

동물 뿐 아니라 식물도 서식지를 옯기면 생활력이 강해진다. 아카시아나무(Robina Pseudoacacia)는 동북 아메리카, 미국 버지니아, 펜실베니아 등이 원산지인데 뿌리가 매우 발달되고 강인해서 산사태의 위험이 있는 곳에 많이 심어지고 있다. 외국에서 들어온 이 식물은 거의 천적이 없을 정도로 전국 각지에서 잘 생장하고 있다.
이동할 수 있는 생물을 동물이라 하고 이동할 수 없는 생물을 식물이라고 부르지만 기실은 식물도 많이 움직이며 군락을 이루어 살고 있다. 씨앗이나 홀씨로 수천, 수만 킬로미터까지 움직일 뿐 아니라 뿌리로 번식하는 식물도 살기 좋은 곳으로 쭉쭉 뿌리를 뻗어 이동한다. 잔디나 진달래, 대나무 등 식물은 이동이 심하다. 아카시아의 강인한 뿌리는 멀리까지 뻗어 묘지를 파고들어 후손들의 미움을 받기도 한다. 소나무에는 피톤치드(phytoncide)와 테르펜(terpene), 알파-피넨(α-pinene) 성분이 함유돼 있어 잔디가 쉽게 접근 할 수 없게 하지만, 유독 아카시아만은 군락을 이루어 소나무 곁을 잘도 파고든다.
잔디 역시 강인한 생명력 때문에 사람이 밟고 다녀도 잘 자라고 번식도 잘한다. 어떤 잔디는 1년에 10m나 긴 순을 내어 흙과 닿는 부분에서 뿌리를 내려 번식한다. 다른 식물들이 좀처럼 침범을 할 수 없는데 외국에서 들어온 클로버는 쉽게 잔디밭을 침범한다.
클로버는 행운의 상징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하얀 꽃대를 여러 개 뽑아 서로 엮어서 손목 시계도 만들어보는 부드러운 잎을 가진 귀화식물 클로버는 잔디보다도 훨씬 강한 생존력을 가지고 있다. 클로버 외에도 달맞이 꽃, 돼지 풀, 망초 등의 귀화식물도 재래식물의 군락 어떤 곳에나 잘 침범하여 생장한다.

외국에서 빛나는 한국인의 저력

귀화해서 사는 동물이나 식물처럼 사람 역시 외국에 귀화하여 사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우리 한민족은 중국,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해외에 많이 살고 있다. 정확한 숫자는 모르지만 약 600만으로 추산하고 있다. 우리의 교포들은 소련, 중국, 일본, 미국 등의 나라 뿐 아니라 세계 각처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이 흩어져 살고 있다. 우리 한민족은 강한 회귀성을 가진 연어처럼 조국 대하민국을 생각하며 김치벨트(Kimci belt)를 형성하여 살고 있다. 그들은 오늘날 조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애국심으로 뭉쳐져 있다. 그리고 그들 교포들은 혹은 정치적으로 혹은 기술적으로 혹은 경제적으로 혹은 학문적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들이 한국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면 불가능했을 그런 큰 성공을 해외에서 거두고 있다. 얼마전 미국 슈퍼볼에서 MVP를 수상하며 한국은 물론 미국의 영웅으로 자리매김해 화제가 되고 있는 하인스 워드의 경우도 포기하지 않는 강한 한국인의 투혼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하인스의 팔둑에는 한글로 이름이 새겨져있다. 미국 사회 내에서도 영원한 이방인 ‘혼혈인’으로 냉대를 받았지만 하인즈의 어머니 김영희 씨는 자식에게 항상 한국인의 자긍심을 심어주었던 것이다. 이국에서 느끼는 생존의 절박함과 자식에 대한 사랑으로 이들 모자는 성공을 이뤄냈고, 지금 세계는 하인즈가 가진 겸손과 노력이라는 한국적 덕목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것 역시 우리 한민족의 역량과 노력 덕분이겠지만 시대마저 우리의 편을 들고 있다. 지난달 국가경쟁력보고에서 세계 9위권 내에 드는 나라가 동남아시아에서만 한국, 중국, 일본 등 3개국이나 되었다. 헐리우드의 명감독 스필버그는 “게이샤의 추억”에 중국스타 장쯔이와 공리를 할리우드 역사상 처음으로 거작에 주연으로 등장시켜 황색인종열풍을 실감케 했다. 한국의 위성미는 미국 Golf 역사상 최고의 부와 인기를 누리는 여성 Golf 스타가 될 전망이다. 얼마 전 유명한 영화 “쉬리”에서 주연을 맡았던 재미교포 김윤진씨는 미국 ABC TV연속극에 출연하여 미국 안방극장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한국의 가수 비(rain)가 사상 처음으로 메디슨 스퀘어가든에서 성공적인 공연을 펼쳤다. 미국과 유럽의 앞선 프로모터들은 “한국인을 잡아라. 그러면 돈을 벌 것이다!” 라며 뛰고 있다.
옛날에는 우리 몽골리언 얼굴을 달덩이 얼굴(Moon face)이라 불렀다. 몽골리언들의 낮은 코를 보고 그들은 문둥병에 걸려 코가 문들어진 모습을 상상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백인이나 흑인에 비해 가장 진화한 인간들임을 그들은 깨닫기 시작했다. 현대 문명인의 특징은 동물이나 원시인에 비해 머리가 크고 팔다리가 짧고 털이 적고 근육이 약하다. 그 기준으로 보면 우리 황인종이야말로 가장 진화된 미족임을 알 수 있다. 그들이 우리들이 경제적이나 정치적으로 후진국에 머물러 있을 때는 우리를 눈여겨보지 않았다. 반도체, 조선, 생명공학, 자동차 등 우리의 각종 산업이 세계의 으뜸으로 부상하자 그들은 경악에 찬 눈으로 우리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고 우리의 전통과 문화, 인종의 우수성을 새삼 인식하게 된 것이다.
이제 세계는 우리의 무대가 되었다. 우리의 우수한 더 많은 기업과 인력이 세계에 뻗어 나가야 한다. 과거의 밀입국이나 맨주먹 이민과 달리 이미 600만이나 되는 우리의 해외교포들이 닦아놓은 터전 위에 국가의 강력한 지원정책, 기술과 자본이 첨가된 경쟁력을 갖춘 해외진출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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