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물과 해풍, 비옥한 땅에서 자란 울릉도의 향토음식은 기교 없이 소박하면서 신선하고 구수하다. 여기 맛집들은 손님 눈치 안보기로 유명하다. 그날그날 쥔장 형편대로 메뉴와 서비스 시간이 바뀌니 예약은 필수.
일단 홍합밥부터, 꽁치물회라고 들어는 봤나?
홍합과 따개비밥은 관광객이 가장 선호하는 음식이다. 울릉도 홍합은 크기가 손바닥만 하고 육질이 쫄깃쫄깃한데, 비교적 깊은 바다에 서식해 해녀들이 잠수를 해서 손으로 직접 딴 것이다. 따개비는 물에 잠기는 갯바위나 암초에 붙어 사는 절지동물인데 껍데기가 삿갓처럼 뾰족하게 생겼다. 울릉도 따개비는 육지 따개비에 비해 몸통이 훨씬 크고 육질도 쫄깃해, 홍합밥처럼 밥에 넣어 먹거나 국수를 해서 먹는다. 홍합밥과 따개비밥은 저동의 전주식당, 따개비칼국수는 천부의 은혜식당을 찾으면 언제나 만족도가 높다.
‘울릉도니 오징어요, 여름이니 물회지!’라고 갔었지만 오징어물회는 없다고 했다. 오징어잡이가 예전 같지 않아 못 먹는 날이 더 많다고 한다. 대신에 처음으로 맛본 꽁치물회는 비릿하고 기름지다는 꽁치의 이미지를 바꾸어주었다. 고소하고 달큰했다. 아무래도 꽁치가 내키지 않는다면 잡어 물회를 먹으면 된다, 세꼬시로 썰어주는 싱싱한 회가 가득 얹혀 나온다.
섬나물의 극강, 산채 정식과 비빕밥
눈 가는 곳마다 푸른 바다지만 울릉도의 최고 별미라면 주저 없이 산채나물을 꼽겠다. 나리분지 트레킹 코스의 하나로 산채나 먹어볼까 했을 때는, 산 밑 관광지에 가면 나오는 그런 정도이겠거니 했는데 그 맛과 종류가 비교불가였다. 많은 산나물 중에서도 최고로 친다는 울릉도 특산인 전호를 비롯해, 섬취나물, 부지깽이, 삼나물, 명이, 고비, 땅두릅, 두메부추, 돌미역··· 이름도 다 외우지 못할 가짓수의 나물들이 하나하나 제각기 맛과 향이 뛰어났다.
울릉도의 음식 값은 비싼 편이지만, 칼국수 하나를 시켜도 따라 나오는 나물들이 맛깔스러워서 불평을 안 하게 되는데 산채정식은 2만원에 별미를 십 수 가지 먹는 느낌이었다. 채식을 좋아한다면 특별히 나리분지에 가서 산채정식을 드실 것을 권한다.
빠뜨릴 수 없는 시그니처 메뉴, 울릉도 오징어와 호박
흉작이라지만 오징어를 빠뜨릴 수는 없다. 오징어물회를 못 먹은 서러움을 오징어불고기와 내장탕으로 달랬다. 전주식당의 오징어불고기는 달콤매콤 쫄깃하게 맛있었고 숙소 근처 동네 식당에서 추천한 내장탕이 의외로 시원하고 고소했다.
호박엿은 엿가락 모양 대신 날렵하게 캔디 포장으로 나온다. 부실한 치아들을 염려하여 엿은 맛보기로, 제리를 듬뿍 사왔다가 지인들에게 혼났다. 그래도 울릉도는 호박엿이라고!
울릉도 먹거리 tip
울릉도는 논이 없어 쌀과 모든 먹거리가 비싸다. 장기 여행이라면 쌀과 김치, 밑반찬을 챙겨가서 하루 한 끼는 숙소에서 해결하는 것이 좋다. 특히 과일이 귀하고 질 좋은 커피와 빵을 먹을 수 있는 베이커리나 카페도 드물다. 무겁더라도 알뜰히 챙겨 가면 후회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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