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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들이 사랑한 단골 식당 10곳

푸드스토리

by kkabiii 2017. 10. 1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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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설농탕 1949년 신문

명사들의 단골집에 다녀왔다. 그들의 흔적을 찾고, 당시의 이야기를 듣고, 그때와 변함없는 맛을 음미했다. 그 속에는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정성’이 깃들어 있었다.

 


 

 

이문설농탕 올림픽 영웅 손기정 선수 단골집

이문설농탕 음식

대한민국 최초의 음식업 허가 업소 1호인 설렁탕집이다. 1904년 문을 열어 올해로 111년을 맞이했다. 긴 역사만큼 오랜 단골이 많고, 그중에 유명 인사도 많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딴 故 손기정 선수가 대표적이다.

“손기정 선생께서는 까까머리 학생 시절부터 단골이셨어요. 양정고보에 다닐 때부터 오셨는데 연세 드신 후에도 늘 고교 동문과 함께 오셨죠.” 이곳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직원이 미소 띤 얼굴로 설명한다. “많은 유명 인사가 이문설농탕을 다녀갔는데, 특히 스포츠 스타들이 열혈 단골이었습니다. 1984년 LA올림픽 남자 유도 금메달리스트 하형주 선수(현 동아대학교 교수)와 은메달리스트 황정오 선수(현재 미국 거주)는 이곳에서 함께 밤늦도록 올림픽 승리의 기쁨을 나누기도 했답니다.”

오랜 역사를 보여주듯 이문설농탕 한쪽 벽면에는 ‘里門설넝탕’이라는 옛 표기가 실린 1949년의 신문이 걸려 있다. 그 옆의 메뉴판도 ‘설농탕’, ‘마나’ 등 옛 표기로 쓴 붓글씨체다. 이곳의 설렁탕은 소의 온갖 부위를 뽀얗게 고아 낸 국물에 미리 밥을 말고 두툼한 고기를 듬뿍 얹은 것이 특징이다. ‘마나’로 표기된 메뉴 ‘만하’는 소의 비장으로, 손기정 선수가 생전에 특히 즐겨 찾던 메뉴다. 손질하기 어려운 부위여서 다른 곳에서는 접하기 쉽지 않다.

 

 

낙원떡집 이승만 대통령 때부터 청와대 단골

낙원떡집 외경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떡집이다. 1919년 창업주 고(故) 고이뻐 씨가 상궁에게 떡 빚는 법을 배워 장사를 시작했고, 그 후로 4대째 대를 잇고 있다. 이승만 대통령 때부터 현재까지 70년 가까이 청와대에서 주문하는 떡 대부분을 맡고 있다. 명절에 정부에서 저소득층에게 제공하는 떡도 이 집에서 만들었고, 대한민국 유명 건물들의 기공식 고사떡들도 이 집에서 빚었다. 여주 쌀, 한라산 쑥, 국산 참기름을 사용하고 기계 대신 손으로 직접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단호박, 대추, 인삼 등이 들어간 영양떡이 인기가 좋다.

 

 

삼청동 수제비 역대 대통령들을 사로 잡은 맛 

삼청동 수제비 음식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삼청동 대표 맛집이다. 청와대 근처에 있다 보니 대통령들이 많이 찾았다. 故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부터 자주 찾았고, 이명박 전 대통령도 청와대 직원들과 함께 들렀다.

“노무현 대통령 때 관저로 가서 수제비를 끓였던 적이 있어요. 텔레비전에서 보던 인상 그대로였고 소탈한 성격이셨죠.” 이곳에서 오래 일한 직원의 말이다. 2013년에 대종상 영화제 공로상을 받은 故 황정순 배우도 단골이었다고 한다. “이 동네에 사셔서 자주 오셨어요. 만든 사람이 보람을 느낄 정도로 정말 맛있게 드셨죠.”

삼청동 수제비의 인기 비결은 변함없는 맛에 있다. 조개, 감자, 호박, 당근, 부추 등으로 국물 맛을 낸 얇은 수제비가 일품. 오목한 항아리에 담겨 나와 ‘항아리 수제비’로 불리며 33년째 인기를 이어오고 있다.

 

 

하동관 프로레슬러 김일 선수를 추억하며

하동관 음식

1939년 종로구 수하동에 처음 문을 연 곰탕집이다. 2007년 청계천 일대가 재개발되면서 명동으로 옮겼는데 수하동 시절의 간판, 대문, 탁자 등을 그대로 가져왔다. 2층 벽면에는 수하동 영업 마지막 날의 손님들 사진도 걸려 있다.

‘박치기왕’으로 불리던 프로레슬러 고(故) 김일 선수가 수하동 시절 하동관의 단골이었다. 지금도 이 집 단골들은 따뜻한 곰탕을 앞에 두고 그 시절을 추억하곤 한다. 오랜 단골이라 각자 주문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전날의 숙취로 밥이 안 넘어가는 이들은 ‘밥 빼고’ 또는 ‘맛배기’라고 주문한다. 밥을 빼거나 줄이는 대신 고기를 더 넣어주는 방식이다. 어르신들은 대체로 ‘깍국(깍두기 국물)’을 달라고 하여 탕에 붓고 시원한 맛을 즐긴다. 고기가 다양하고 수북하게 나오는 곰탕 ‘스무 공’은 수육을 따로 주문하기 부담스러울 때 선택하면 좋다.

 

 

토속촌 삼계탕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즐겨 찾던 곳

닭백숙

청와대에서 가까운 체부동의 토속촌 삼계탕은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자주 찾던 곳이다. 토속촌 삼계탕 내부에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은 체부동 토속촌 삼계탕을 좋아했다. 그는 대통령 재직 당시인 2003년 기업 총수들과의 식사도 이곳에서 했다’는 내용의 신문 기사를 스크랩한 액자가 걸려 있다. 그날의 모임을 그림으로 실은 또 다른 기사도 벽면을 차지하고 있다.

이곳의 창업주인 정명호 사장은 이전에 한약방을 운영했던 경험을 살려 각종 약재와 견과가 듬뿍 들어간 삼계탕을 만들었다고 한다. 인삼과 찹쌀은 물론 호박씨, 검정깨, 호도, 잣, 밤, 대추, 은행 등 다양한 재료가 들어간 삼계탕은 국물이 진하고 약재 향이 깊다. 워낙 잘 알려진 맛집이라 식사 시간에는 담벼락 따라 길게 줄을 선 풍경이 펼쳐진다. 고아한 한옥의 멋 덕분에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도 서울 관광 필수 코스로 꼽힌다.

 

 

더플라자호텔 중식당 도원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단골 레스토랑 

더플라자호텔 중식당 도원

1976년 더플라자호텔 개관과 함께 문을 연 중식당으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일주일에 서너 번씩 이곳을 찾았다. 1992년 대선 직후 건강이 악화돼 서울중앙병원(현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을 때 간호사를 대동하고 다녀간 일화가 유명하다. 고(故) 백두진 전 국무총리, 김명호 전 한국은행 총재도 이곳의 단골로 알려졌다. 정주영 명예회장이 즐겨 찾았던 샥스핀과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탕수육이 이곳의 오랜 스테디셀러다. 2010년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새롭게 선보인 코스 요리와 북경오리구이는 최근 주목받고 있다.

 

 

취영루 70년 전통의 중식당 

취영루

논현동에 자리한 중식당이다. 소공동에서 수제 물만두로 이름을 날렸고, 1988년 지금의 논현동으로 이전해 대규모 연회장을 갖춘 중식당으로 거듭났다. 6층 규모의 레스토랑이지만 짜장면 가격이 근처 배달 전문점보다 싸다.

“20년 넘게 음식값을 올리지 않았어요. 맛도 제가 직접 장보고 만두 빚던 소공동 시절 그대로 유지하고 있죠.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고, 전날 조리한 음식은 전부 폐기한다는 원칙도 고수하고 있어요. 그래서 3대째 꾸준히 오시는 단골이 많아요.” 김양자 대표의 말이다.

이곳 단골 중에는 이승만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역대 총리, 각국 대사들이 많다. 100명까지 수용 가능한 연회실과 독립된 룸을 갖추고 있어서 모임이나 행사도 많이 열린다.

 

 

개건너 이사왔네 소설가 박경리 선생의 흔적 

개건너

‘개건너 이사왔네 토속의 맛을 계속 맛보게 해주십시요!’ 이 문장은 소설가 고(故) 박경리 선생이 이 집에 남긴 글귀다. 재미있는 상호는 이 식당이 원주시 흥업면 개건너마을 옆에 있다가 인근으로 이사하면서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박경리 선생께서는 저희 집 메뉴 중에 막국수와 메밀부침, 청국장을 특히 좋아하셨습니다. 매번 오실 때마다 맛있다는 말씀을 아끼지 않으셨고, 어린 나이에 장사를 시작한 제 사연을 들으셨을 땐 책을 한 권 써도 되겠다고 치켜세우시기도 했어요.” 이곳의 주인 김연자 사장의 말이다. 개건너 이사왔네는 토지문학관을 찾는 이들이 들르는 순례 코스로 꼽힌다. 막국수, 메밀부침 등 강원도 토속 음식이 주메뉴다. 칼국수와 두부전골도 인기 있다.

 

 

백년옥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 김 맛집 

백년옥

예술의전당이 생길 무렵 맞은편에 문을 연 손두붓집이다. 1991년 당시 서울에 손두부 전문점이 거의 없어서 처음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예술가들이 이곳을 많이 찾는데 특히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김이 자주 다녀갔다. 그는 이곳에서도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하얀 의상처럼 흰 자연식 순두부만 먹었다고 한다.

아무것도 넣지 않은 속살 그대로의 순두부가 따뜻한 간수에 오롯이 담겨 나오는 자연식 순두부는 이 집 대표 메뉴다. 잘 키운 강원도 고랭지 콩에 천연 간수를 넣어 만든 순두부는 유독 말갛고 결이 곱다. 시래기 넣고 푹 끓인 이북식 시래기되비지, 구수한 들깨순두부, 뒷맛 깔끔한 야채두부비빔밥 등에서도 이 집 특유의 담백한 맛이 묻어난다.

 

 

학림다방 문인들의 아지트

학림다방

1956년에 문을 열어 올해로 만 60년을 맞은 카페다. 오래된 나무 계단, 낡은 소파와 테이블, 1천여 장의 레코드판 등이 그 긴 역사를 증명하고 있다. 방명록에는 ‘그 이름 오래 이어지소서 – 고은’ ‘학림 시절은 내게 잃어버린 사랑과 실패한 혁명의 쓰라린 후유증, 그러나 로망스였다 – 김지하’ ‘오늘 또 좋은 곳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기쁩니다 – 노무현’ 등 명사들의 친필 기록이 담겨 있다. 고(故) 이청준 작가, 고(故) 천상병 시인 등도 이곳의 단골이었다.

중장년층 손님이 대부분이던 이곳이 2013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등장한 뒤로는 20대 젊은 층들도 찾는 인기 카페가 됐다. 직접 로스팅한 커피, 미숫가루 스무디, 크림치즈케이크 등이 인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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