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자연을 배우고 산천초목을 거닐며 일하고 싶다면, 자연환경조사원을 추천한다.
자연환경조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한충섭씨 인터뷰
공기업에서 35년간 일한 후 2011년 은퇴했다. 원래 산을 좋아해서 자연스레 생태계에 관심이 생겼고 숲해설사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그 후 환경부에서 진행한 자연환경 조사 전문 인력 양성 과정을 수료, 2012년부터 현재까지 자연환경조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분야는 곤충 전문이다.
Q. 어떻게 이 일을 알게 됐나요?
처음부터 자연환경조사원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건 아닙니다. 산을 오르다 보니 잘 모르는 나무와 풀이 많았습니다. 새나 곤충은 더 잘 모르고요. 자연스레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퇴직하기 전에 숲해설사 교육과정을 밟았습니다. 그러나 관련 일을 하는 게 쉽지 않았고 그런 중에 환경부에서 자연환경 조사 전문 인력 양성 과정이 개설된 걸 보고 지원했지요. 2년간 교육을 받고 나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이 일을 하기 위해 갖춰야 할 자질이 있나요?
기본적으로 이 일은 자연환경 생태를 조사하는 연구자 밑에서 조사에 도움을 주는 역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자의 의견을 따르고 주어진 일을 완벽히 해내려고 노력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자연생태를 조사하는 일이라 며칠씩 지방에 머물 때도 있습니다. 산을 타거나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길로 들어갈 때도 있고요. 그래서 체력도 무척 중요합니다. 한편, 나를 고용한 연구자의 연구 주제에 맞춰 분야가 정해지는데 저 같은 경우는 곤충을 조사합니다. 그런 제가 곤충을 다루는 데 힘겨워하면 이 일을 할 수 없겠죠(웃음)? 자신이 맡은 분야의 생태에 대한 높은 관심도 필요합니다.
Q. 자연환경조사원으로 일하면서 힘든 점은 어떤 것인가요?
말벌에 쏘일 때도 있고, 진드기에 물릴 때도 있어요(웃음). 그런데 사실 이런 일이 힘든 점은 아니고요, 오히려 곤충을 조사하는데 원하는 곤충을 포획하지 못하면 힘이 빠지죠. 또 곤충 종류가 너무 많아 분류가 무척 어렵습니다. 2년 동안 공부했지만 그건 정말 입문 단계이고 공부할수록 모르는 것투성이입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죠. 제가 맡은 곤충뿐 아니라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일에 대한 전문성과 자긍심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Q. 다른 일과 비교해 이 직업이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수료자의 대부분이 생물, 생태, 환경 관련 전문 직업에 종사해서 환경 조사 기법을 함양하는 것 자체가 목적인 분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 일을 업으로 해나가기 위해서는 꾸준히 교육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죠. 하지만 이 점이 장점이기도 합니다. 사실 우리 땅에 사는 생물 종과 환경생태를 교육하는 전문 인력이 우리나라에는 많이 부족합니다. 그 전문가를 도와 일할 인력 역시 부족하고요. 자연에 관심만 있다면 공부도 재밌을 겁니다. 공부를 통해 어느 정도 전문성을 쌓는다면 다른 일에 비해 구직 경쟁력이 높은 편입니다.
Q.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요?
적어도 2년 정도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공부해야 합니다. 그래야 기본기가 잡힐 수 있는 학문이거든요. 수료한 후에는 조사원이 필요한 교수님을 찾거나 추천을 받고, 각종 세미나 등에 참가해 네트워크를 넓히는 것이 필요합니다.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자신을 각인시키는 활동을 꾸준히 해나가야 합니다.
Q. 몇 세까지 일할 수 있나요?
제 나이가 올해 69세입니다. 65세부터 이 일을 시작했고요. 나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들과 산에서 곤충을 채집할 수 있는 체력과 책임감만 있으면 가능합니다.
Q. 젊은이들과 경쟁한다면요?
흥미롭게도 이 일은 은퇴한 남자가 오히려 경쟁력이 있습니다. 일단 젊은 조교들은 현장에 나가는 것을 꺼립니다. 또한 지방 출장이 잦고, 2~3일 숙박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여성들이 부담스러워 하는 점도 있고요.
Q. 이 일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은퇴한 후 무엇을 해보겠다고 무작정 덤비지 마세요. 미디어나 귀동냥으로 듣는 소식이 아닌 내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찾는 게 먼저입니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산을 드나들고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일이기에 만족스럽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오기까지 공부한 시간도 길었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원하는 일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을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자연환경조사원의 보수는 어떨까?
2017년 ‘학술연구용역 인건비’ 단가를 기준으로 보수가 책정된다. 자연환경조사원을 등급 어디에 넣을지는 자연환경조사원을 고용하는 연구자들이 결정한다. 대부분 연구보조원 정도의 단가를 책정하고 있다. 예를 들면 내가 연구보조원으로 책정되어 한 달에 22일 일했다면 월 3,188,426원을 벌 수 있다. 그러나 프로젝트에 따라 일주일에 2~3일 정도로 특정한 달에 총 11일 일했다면 그 달 보수는 3,188,426원의 반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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