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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와 이종교배하는 위험한 가상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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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kabiii 2017. 10. 1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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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취재] 다단계와 이종교배하는 위험한 가상통화 

초저금리 시대 한탕심리의 달콤한 ‘덫’ 

2017.09.17       문상덕 월간중앙 기자


비트코인 폭등하자 너도나도 ‘신세대 가상통화’…법망 사각지대에 있어 피해 커져도 구제는 난망

비트코인은 가상통화 시장의 ‘대장주’다. 비트코인이 연일 신고점을 갱신하면서 가상통화 시장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문제는 투자를 대행하겠다며 나서는 다단계 업체들이다. 이들은 “우리가 가상통화 시장의 새로운 기축통화가 되겠다”고 나서기도 한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개미투자자’들은 비빌 언덕조차 없어 보였다. 


▎2015년부터 가상통화 투자대행사로 둔갑한 다단계업체들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여윳돈이 ‘한탕 심리’로 가상통화 시장에 뛰어든 결과다.

“원금 못 찾을까 봐 신고도 못했어요.”

새벽 4시. 경남 김해에 사는 김은지(55·여·가명) 씨는 수화기를 들자마자 눈물을 쏟아냈다. 지인의 권유로 가상통화 ‘비트코인’ 거래업체에 쏟아부은 390만원은 1주일째 행방이 묘연했다. 매주 7% 수익이 난다는 말에 종신보험을 깨서 마련한 돈이었다. 4년 전에도 투자 사기에 속아 아파트 분양금 7000만원을 잃은 아픈 기억이 있었다. 정년은 코앞이고 가족도 없었다. 수중에 남은 마지막 돈마저 잘못되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둘도 없이 친한 친구였다. 주말이면 절에 봉사하러 다니고. 그런 애가 통장 보여주면서 ‘봐라, 390만원 넣었더니 168만원 들어왔다’ 하니까 끔뻑 넘어가버렸다.”

그 길로 사본도 없이 계약서를 써줬다. 그러나 지인과 웃는 낯으로 만난 건 그날이 마지막이었다. 교육 차 사업설명회를 갔더니 ‘지점장’이라는 사람이 “390만원 넣은 사람은 다른 390만원짜리 투자자를 데려와야 수익이 난다”고 설명했다. 김씨가 투자금을 끌어오면 그 돈에서 수당을 떼 주겠다는 말이다. 다단계 영업을 하라는 이야기였다. 김씨는 그제서야 ‘가상통화 투자로 돈 버는 곳이 아니구나’라고 아차 했다.

최근 가상통화 투자를 미끼로 한 금융다단계 업체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수사 대상이 된 업체만 11곳이다. 금융감독원 불법금융대응팀 관계자는 “관련 의뢰가 2015년부터 들어오기 시작됐다. 현재까지 다룬 사건만 44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올해 8월에만 200억원과 1500억원 규모 가상통화 사기 사건이 경찰에 적발됐다. 김씨와 같은 피해자가 한둘이 아니다.

사기업체들은 원금 보장과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금을 모집한다. 50대 이상 연령층의 투자자들이 주된 먹잇감이다. 가상통화에 투자하면 돈이 된다는 얘기는 주변에서 들었지만 막상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수수료만 내면 우리가 투자 대행 등 다 해줄 수 있다”며 접근한다. 아예 ‘새롭게 가상통화를 개발 중이니 출시 전에 미리 사두라’는 말로 유혹하기도 한다.

그러나 신입 투자자에게서 받은 돈을 기존 투자자에게 수당으로 지급하는 소위 ‘돌려막기식 다단계’가 이런 업체들의 수법이다. 가상통화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김씨가 방문한 ‘비트코인 거래소’에는 컴퓨터 한 대만 달랑 놓여있었다. 업체 대표는 대전시에 ‘채굴기(비트코인을 생성하는 장치)’를 마련했다면서도 CCTV 화면만 투자자들에게 보여줬다.

경찰 수사 비웃는 업자들


투자를 받아 가상통화를 사고파는 업자들을 업계에서는 ‘트레이더(Trader)’라고 부른다. 일종의 펀드매니저다. 자금을 주식시장이 아니라 900여 개에 달하는 가상통화 시장에서 운용할 뿐이다. 김씨를 속인 업체도 트레이더를 가장했다. 트레이더로 행세하는 다단계 업체들는 흔히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같이 잘 알려진 가상통화에 투자하면 매년 수십, 수백 배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유혹한다. 끝 모르게 팽창하는 가상통화 시장을 믿고 공수표를 남발하는 셈이다.

급등세를 부정할 수는 없다. 비트코인은 벤 버냉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덕에 첫 상승 모멘텀을 맞았다. 2013년 11월 18일 그는 상원 가상통화 청문회에서 “가상화폐는 (법정통화가 될) 장래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버냉키의 발언이 나온 직후 1비트코인 가격이 750달러를 기록해 이틀 전인 16일보다 42% 뛰게 된다.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가파르게 올라 올해 8월 13일에는 4000달러 고지를 넘었다. 소위 ‘대장주’가 치고 나가면서 나머지 가상통화도 줄줄이 최고치를 경신하는 중이다.

그러나 이런 가상통화 시장에 실제 투자를 하더라도 원금은 물론 고수익이 보장된다는 얘기는 어불성설이다. 가상통화는 단 몇 초 만에 수천 분의 일로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 이미 벌어진 일이다. 올해 6월 22일(현지시간)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이 코인당 319달러에서 순식간에 10센트로 급전직하했다. 연쇄효과 때문이었다. 가상통화시장은 24시간 돌아가는 탓에 사람이 매시간 직접 관리할 수 없다. 그래서 ‘봇’을 이용한다. 일정 가격이 되면 자동으로 매수·매도하는 프로그램이다. 예를 들어 100만원에 산 코인 1개가 90만원으로 떨어지면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 자동으로 매도 작업을 하는 식이다.

이날 한 번 하락세가 시작되자 봇들이 걷잡을 수 없이 매도주문을 넣기 시작했다. 추가하락을 예측하고 물량을 미리 빌려서 팔아버리는 공매도 주문까지 이어졌다. 그 결과가 10센트였다. 가격은 금방 과거수준을 회복했지만, 자동 매도주문 탓에 10센트에 이더리움을 팔게 된 사람들도 있었다. 누구의 책임도 아니다. 그만큼 예측불가능한 시장이다. 일정 수익을 약속하는 것 자체가 사기일 수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이 코알시스템 관계자들을 검거한 뒤 증거로 확보한 핸드폰 자료. 해당업체 기술이 ‘세계 126개국에 특허출원 됐다’는 허위사실이 적혀 있다. / 사진:서울지방경찰청

익명을 요구한 가상통화 다단계업체 관계자는 “다단계에도 순기능이 있다”고 항변한다. 이 관계자는 “시장이 처음 형성될 때는 유통망도 없고 사람들이 상품을 평가할 지식도 없다. 가상통화도 개념이 어려워 아직도 많은 사람이 생소해 한다. 다단계는 사람 대 사람으로 개념을 설명하고 유통망을 넓혀 시장을 키우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다단계 업체는 마케팅 명목으로 회원들에게 다단계 영업을 요구한다. 문제는 다단계 수당이다. 가상통화 개발자 류도현(36) 씨는 “하위 판매원이 수익을 남기기 극히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한다. 류씨는 “비트코인에 1000만원을 투자했다고 가정해보자. 다단계 업체는 절반인 500만원만 비트코인에 투자한다. 500만원은 판매원들이 수당으로 나눠갖는다. 내가 말단 판매원이면 직접 투자금을 끌어와도 그중 10%만 추천수당으로 받는다. 결국 코인 가격이 웬만큼 오르지 않는 한 원금도 못 건지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류씨는 클릭 한 번이면 다단계 사기를 피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웹사이트 ‘비트코인 블록 익스플로러(blockexplorer.com)’에 들어가면 누구든 거래 내역을 열람할 수 있다. 하나의 ‘블록’은 한 차례의 비트코인 거래 내역을 담고 있다. 블록마다 자동으로 일련번호가 부여돼 있다. 웹사이트에서 해당 번호를 검색하면 내 가상통화 지갑에 비트코인이 들어 있는지, 그리고 업체에서 내 비트코인을 정말 사고팔면서 운용하고 있는지 확인 가능하다.

류씨는 “일부라도 가상통화에 실제로 투자하는 업체는 그나마 양심적”이라고 말했다. “아는 교회 권사님이 비트코인 투자대행업체에 1억원을 투자했는데, 벌써 1억을 건졌다고 자랑하더라. 거래사이트라며 현금 액수가 찍힌 웹사이트 창도 보여줬다. ‘비트코인 블록 익스플로러’에서도 확인해보자고 했다. 권사님이 가진 비트코인은 0개였다.” 사기업체들은 보통 직접 거래사이트를 운영한다. 이들이 운영하는 사이트에 찍히는 숫자는 실제 가치는 전혀 없다. 그럴듯한 눈 속임일 뿐 전상상에 찍혀 있는 숫자일 뿐이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가상통화는 모두 익스플로러(탐색기) 사이트를 운영한다. 가상통화 투자를 고민한다면 가상통화 익스플로러를 확인하는 것 만으로도 사기 피해를 당할 확률이 낮아진다.

7월 31일 기자는 투자자 신분으로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가상통화 거래소 ‘코알시크릿’을 방문했다. 이곳에서 취급하는 가상통화 ‘코알코인’은 아직 발행되기 전이었다. 그런데도 거래소에서는 개발이 채 끝나지 않은 코인을 판매하고 있었다. 1코알코인에 3원씩, 1인당 100만원어치 이상은 구입하도록 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개발업체인 ‘코알시스템’에서 코인을 향후 출시가격보다 싸게 팔고 있다. 개발비를 충당하기 위해서다. 거래소는 코인 판매를 대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가짜 가상통화 피해규모만 4000억원


▎한 가상통화 투자대행업체의 홍보물. ‘추천보너스’ ‘후원보너스’ 등 노골적으로 다단계 보상수당을 제시하고 있다. / 사진:문상덕

보름여가 지난 8월 17일, 서울경찰청은 코알시스템 대표 장모(58) 씨와 개발자 박모(48) 씨 등 8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사기) 및 유사수신행위법위반 혐의로 검거했다. 경찰청 사이버보안과 관계자는 “7월 초부터 수사에 들어갔었다”고 밝혔다. 피의자들은 수사를 받는 순간에도 영업을 계속했다는 이야기다. 보름 전 거래소에서 기자와 상담했던 거래소 실장에게 연락했다. 수 차례 시도 끝에 전화를 받은 실장은 “나는 원래 영업장 청소하고 식사만 맡고 있던 사람”이라며 “어쨌든 (기자는) 투자하지 않았으니 다행 아니냐”고 말했다.

개발업체가 발행되지 않은 가상통화를 코인 당 액수를 매겨 판매하는 것을 업계에서는 ‘프리세일(pre-sale)’이라고 부른다. 최근 중국 인민은행에서 전면 금지하면서 논란이 된 ‘신규가상통화공개(ICO·Initial Coin Offering)’와는 다르다. ICO는 시가총액이 큰 비트코인 등을 투자자로부터 받고 개발 중인 코인을 대가로 지급하는 투자방식이다. 주식시장에서 기업공개(IPO·Initial Public Offering)를 통해 지분을 판매하는 것과 유사하다. 다만 ICO의 경우엔 유가증권이나 지분증권을 지급하면 각국의 자본시장법에 저촉될 수 있어, 오직 가상통화 코인만 오고 간다.

ICO를 하려면 준비할 것이 많다. 기술백서나 비즈니스백서 등 투자자들을 설득시킬 방대한 자료를 정리해야 하고, 투자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상당한 홍보비를 집행해야 한다. 류씨는 “지금까지 한국에서 제대로 ICO로 투자금을 모은 업체는 단 한 곳밖에 없다”고 말할 정도다. 그러니 정말 가상통화를 개발할 생각이 없는 다단계 업체는 ICO가 아닌 프리세일을 선택하게 된다.

프리세일로 판매되는 코인은 ICO로 판매될 때보다 가격이 40~60% 더 저렴하다. 그만큼 개발에 실패할 위험이 높다는 이야기다. 업체에서 말하는 사업모델은 추상적이고 난잡하기 십상이다. 기자가 상담받은 코알코인 수익모델이 그랬다.

코알시스템 홍보 담당자는 네 가지 수익모델을 내놨다. 하나는 자신들이 코인을 개발하면서 발명한 보안기술 특허다. 담당자는 “보안기술을 기업기밀 시스템에 적용해 수익을 내겠다”고 설명했다. 확인 결과 개발자가 낸 특허는 이미 소멸됐거나 심사 탈락한 기술이었다.

이외에도 담당자는 ‘코알 쇼핑몰’ ‘코알 포털사이트’ ‘코알톡(SNS)’를 운영하며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분하겠다고 말했다. 정작 코인 가격 자체의 등락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설명은 빠져 있었다. 담당자는 배분된 수익금을 현금으로 바로 환전할 수 있도록 시중은행들과 계약을 체결했다고도 했다. 어느 은행이냐는 질문에 “기업 기밀이다. 공개하면 수천 통 이상의 전화가 와서 업무가 마비가 온다. 한 달 후 코인이 정식 출범하면 다 알게 된다”고 둘러댔다.

불법 다단계 업체 엠비아이(MBI)는 바로 이런 수법으로 투자자를 모았다. 이들은 말레이시아에서 개발했다는 자사의 SNS ‘엠페이스’를 미끼로 투자자들을 유혹했다. 엠페이스 출시 전에 광고권을 매입하면 나중에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광고권 수익 이외에 투자금 60%를 자사가 개발한 가상통화로 지급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광고권도 가상통화도 실제로 아무런 가치도 없었다. 이들은 당국에 등록도 하지 않고 다단계 영업을 하다가 2016년 11월 덜미가 잡혔다. 피해자 수만 1만1000여 명에 피해 액수는 4000억원이나 됐다. 지금까지 드러난 가장 큰 피해 사례다.

현행법으로는 단속에도 예방에도 ‘한계’


▎9월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가상통화 관계부처 합동 TF’ 회의에서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왼쪽에서 첫째)이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시장투명화와 투자자보호에 방점이 찍혔다. / 사진:연합뉴스

다양한 수법으로 피해자는 늘고 있지만 이를 단속할 법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상화폐 불법 다단계를 처벌하는 법률인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칭 유사수신행위법)’에는 큰 구멍이 뚫려 있는 셈이다. 유사 수신행위를 “장래에 출자금의 전액 또는 이를 초과하는 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경우로 특정했기 때문이다. 다단계 업체들은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고 계약서는커녕 출자금도 현금으로만 받는다. 유사수신행위를 증명하려면 피해자의 증언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작 피해자들이 “원금 보장을 약속한 적이 없다”고 진술한다. 업체가 처벌받으면 자신들이 투자한 원금까지 다 날리고 말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실제로 이 때문에 2013년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재판부에서 M사가 무죄판결을 받았다. 증언에 나섰던 황모 씨 등 3명은 증언 당시에 다단계 센터장으로 활동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가상화폐피해자모임 채원희 대표는 “처음에는 원금을 찾을 방법이 없겠느냐고 문의한 사람들이 나중에는 좋은 투자 상품이 있다며 접근해올 때가 있다”고 황당해 했다.

금융다단계가 가상통화에 끼어들지 못하도록 울타리를 치는 방법도 있다. 금융위원회는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꾸린 뒤 9월 1일 첫 회의를 열었다. 유사수신행위 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가상통화 취급업자에 대해 소비자를 보호하고 거래투명성 확보하는 규제를 도입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특히 가상통화 업계는 ‘ICO는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처벌하겠다’는 금융위원회 발표에 크게 흔들렸다.

ICO를 금지하면 가상통화 개발업체가 자금을 조달할 창구가 막힌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생 업체도 ‘크라우드 펀딩’처럼 약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이 분명 있다”며 “ICO는 공인된 자금조달 절차를 우회하면서 투자자보호조치도 없어 시장 질서를 교란한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ICO 투자설명회를 열었던 가상통화 개발업체 관계자는 “금융위가 금지하는 건 회사의 지분증권을 지급하는 경우다. 지분이 아닌 코인을 지급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금융위 관계자는 “공인된 절차를 우회하는 공모방식은 규제하는 것을 기본으로 해 논의하겠다”며 입장을 밝혔다.

국회에서도 움직임이 있었다. 지난 8월 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가상통화 영업 규제를 골자로 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다단계와 직결되는 조목은 두 가지다. 하나는 가상통화 거래업을 인가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거래업자들이 일정 액수 이상의 자본금을 가지고 피해예방을 위해 별도 예치금을 의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현재 ‘빗썸’ ‘코빗’ 등의 가상통화 거래소들조차 ‘통신사업자’로만 등록돼 있어 해킹이나 서버마비, 폐업 등의 피해 발생 시 이용자들을 구제할 방법이 없다.

다른 하나는 가상통화를 정의한 대목이다. 법안은 ‘화폐·전자화폐·재화·용역 등으로 교환될 수 없는 전자화폐’는 가상통화가 아니라고 규정한다. 예를 들어 1비트코인을 이용자가 원할 때, 공시된 교환비율에 상응하는 현금으로 교환해줘야 한다. 다단계업체들이 아직 개발 단계라든지, 수수료 명목으로 원금의 절반도 돌려주지 않는 피해가 많다는 데 착안한 내용이다.

그러나 박용진 의원의 안(案)에도 한계는 있다. 가상통화에 대한 정의가 충분치 않다. 현금이 아니라도 다른 물건으로 교환되는 가상통화는 어떻게 볼 것인가. 이미 많은 다단계 업체가 자체 온라인쇼핑몰을 만들고 있다. 자신들의 가상통화로만 물건을 살 수 있는 쇼핑몰이다. 다단계 업체들은 벌써 이 쇼핑몰에서 자기들 통화로 상품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자신들은 가짜가 아니라고 선전한다. 법망의 허점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수법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개발업체에서 자신 있으면 G마켓 같은 업체에 예치금 넣고 우리 통화 써달라고 하면 된다”며 “굳이 폐쇄적인 쇼핑몰을 만들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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