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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머프 닮은 ‘요정의 굴뚝’ 카파도키아

세계 기행

by kkabiii 2017. 10. 27.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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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터키 중부 아나톨리아 고원지대의 카파도키아는 기기묘묘한 바위 숲이 나그네의 영혼을 흔들어 놓는다. SF영화 ‘스타워즈’와 만화영화 ‘개구쟁이 스머프’의 무대로 행성과 동화 속을 걷듯 환상적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자연복합유산으로 지정된 터키 관광의 백미다.

    ‘개구쟁이 스머프’를 연상시키는 버섯바위를 이곳에서는 ‘요정의 굴뚝’이라 부른다.

    아잔 소리에 깨어 바위산 오르다

    카파도키아는 수도 앙카라에서 275㎞ 떨어진 곳. 가는 길목에 여의도보다 다섯 배 더 넓은 소금호수에 들러 소금 꽃과 만났다. 햇살을 머금어 눈부시다. 실크로드를 오가던 대상들이 묵었던 거대한 숙소도 둘러보았다. 차창 너머로 끝없이 펼쳐지는 평원을 바라보며 6시간 넘게 버스에 시달렸다.

    카파도키아에 가까워지자 만년설을 머리에 인 에르지예스산(3916m)과 하산(3268m)이 대평원 너머로 아득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약 300만 년 전 두 산의 화산폭발로 카파도키아 지형에 응회암이 생겼다. 켜켜이 쌓인 화산재가 굳어진 용암은 경도가 낮아 오랜 세월 비바람에 씻기고 닳아 천태만상의 기암괴석을 빚어놓았다.

    한적한 오르타히사르의 아담한 호텔에 여장을 풀고 마을을 한 바퀴 돌았다. 미니정원을 갖춘 중산층 주택이 있는가하면 전형적인 돌집이 공존하니, 어디서나 빈부의 격차는 있게 마련이다. 강렬한 햇살이 기울고 어둠이 깔리자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고원지대라 기온차가 크다. 호텔 야외 조명등 아래서 터키 민속주 ‘락크’를 마시며 여행의 여독을 푼 뒤 유적을 베고 잠이 든다. 카파도키아 땅 속에는 아직 발굴하지 않은 유적들이 묻혀있다고 한다.

     (왼쪽) 새벽에 일어나 올랐던 80m 높이의 ‘오르타히사르’ 바위요새.  (오른쪽)현무암 모자를 쓰고 있는 세쌍둥이 바위.  

    기도시간을 알리는 ‘아잔’소리가 호텔의 모닝콜보다 먼저 깨운다. ‘알라신은 위대하다’는 아잔 소리는 애잔하고 음색이 독특하다. 마을마다 모스크가 있고, 하루 다섯 차례 기도시간을 알린다.

    아잔소리에 깨어 아침운동 겸 호텔에서 가까운 ‘오르타히사르’ 바위산에 올랐다. 약 80m 높이의 기암요새다. 철 사다리와 돌계단을 이용해 정상까지 오를 수 있지만 고소공포증으로 중간까지 올랐다. 층과 층 사이는 터널식으로 연결되고 돌을 깎아 다듬은 침대와 저장고 등 동굴 주거에 필요한 흔적이 그대로 남았다. 드넓은 고원엔 관광객을 태운 오색 열기구가 창공을 가르며 일출을 맞는다.

    만년설을 머리에 인 에르지예스산(․3916m). 약 300만 년 전 화산폭발로 카파도키아 지형이 바뀌었다.

    개구쟁이 스머프 닮은 버섯바위 즐비

    카파도키아의 하이라이트는 ‘요정의 굴뚝’이라 불리는 버섯모양의 바위들이 숲을 이룬 ‘파사바으’ 지역. 만화영화 ‘개구쟁이 스머프’를 연상시키는 버섯바위들은 마치 동화의 나라에 온 듯 신비하다. 스머프의 작가도 이곳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현지 사람들은 버섯바위를 ‘요정이 춤추는 바위’라고 부른다. 바위 속에 요정이 살았다고 믿는데서 유래됐다.

    버섯바위는 대부분 원추형이고 꼭대기에 갓 비슷한 현무암 모자를 쓰고 있다. 세쌍둥이 바위, 부부바위 등 모양과 크기가 다양하다. 버섯바위의 색조 또한 특이하다. 원뿔 모양의 기둥은 연한 갈색의 부드러운 응회암이고, 갓 부분은 검은 색조의 딱딱한 현무암이다. 침식 속도가 달라 빚어진 조화다.

    파사바으 기념품 가게에는 귀염둥이 스머프 인형이 인기다. 화려한 무늬의 치마를 입고 고깔모자를 쓴 인형은 주변 농가의 여성들이 만들었다. 질감이 부드럽다. 수제 카펫과 수제 도자기 장식품, 금속 장식품 등 토속상품이 즐비하다. 한글로 된 관광책자도 판다.

    괴뢰메 골짜기는 ‘미니 그랜드캐년’으로 불리며 기암괴석이 즐비하다.

    열강들 침략 피해 바위 속에 만든 집

    해발 1300m 고지대에 위치한 우치히사르(Uchisar)는 ‘뽀족한 성채’로 불린다. 벌집 모양의 거대한 바위산 옆구리에는 창문이 붙어 있다. 1950년대까지 사람들이 살았다는 암굴 집이다. 왜 넓은 평원을 두고 암굴을 파서 열악한 환경에서 살았을까.

    기원전에는 히타이트 족들이 동굴에서 살았다고 한다. 카파도키아는 유럽으로 가는 길목으로 실크로드 이전부터 동서양을 잇는 중요한 교역로였다. 까마득한 옛날부터 무역이 발달하여 제국이 일어설 때마다 카파도키아는 뺏고 빼앗기는 전쟁터로 변했다. 주민들은 열강들의 칼과 창을 피해 바위 속 집에 은둔했다. 그 후 기독교인들은 무슬림의 박해를 피해 암굴 집을 짓거나 지하 도시로 숨어들었다.

    초기 기독교인들이 로마의 박해를 피해 숨어들었던 수많은 동굴교회(점선)가 있다.

    그랜드캐년의 축소판 괴뢰메 골짜기

    카파도키아는 볼거리가 많아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괴뢰메 골짜기’는 수십 미터의 절벽바위들이 늘어서 ‘미니 그랜드캐니언’으로 불린다. ‘스타워즈’의 우주 계곡은 카파도키아의 침식계곡을 모델로 삼았다. 신비한 우주세계에 서 있는 착각마저 든다.

    ‘괴뢰메 야외박물관’이라 이름 붙인 바위 숲엔 동굴 교회가 즐비하다. 초기 기독교인들이 로마의 박해를 피해 숨어들었던 곳이다. ‘사과 교회’, ‘뱀의 교회’ 등 교회 명칭도 다양하다. 교회 암벽에 예수와 사도들의 모습이 담긴 프레스코화가 선명하게 남았다.

    기독교인들이 들어오면서 인간과 비둘기의 공생관계가 이뤄졌다. 비둘기 알을 이용하여 석굴교회의 벽화를 채색하는 도료로 활용하고, 비둘기 배설물은 포도밭 거름으로 사용했다. 사람들이 준 모이를 먹고 자란 비둘기는 단백질 공급원이 되었다.

    (왼쪽) 화려한 무늬의 치마를 입고 고깔모자를 쓴 귀염둥이 스머프 인형이 인기다.  (오른쪽) 문양이 아름다운 수제 도자기 장식품.

    아바노스에서 윌굽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데브렌트’에는 낙타를 빼 닮은 바위도 있고, 물개와 성모 마리아상을 닮은 바위 등 기암괴석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보는 각도와 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이름 붙여할 할 기묘한 바위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에센 테페’의 하얗고 매끄러운 바위 능선은 쪽빛하늘과 조화를 이뤄 눈이 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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