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팀은 왜 이 자리에 머물러 있는 걸까. 항시 의문을 던져 주는 한국물가정보가 추석 연휴 마지막날에 의미 있는 승리를 거뒀다.
물가정보가 5연승을 질주하던 SK엔크린에 일격을 가하며 5위 확보를 위한 큰 걸음을 내딛었다. 5위는 올 시즌 처음 도입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갈 수 있는 최종 자격요건에 해당한다.
▲중계석과 양 팀 감독이 모두 승부판으로 꼽은 4국에서 박민규에게 강한 면모를 보이는(경기 전 4승1패) 한태희(오른쪽.한국물가정보 4지명)가 3-2 팀 승리를 결정 지었다.
한국물가정보는 8일 저녁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 15라운드 4경기에서 박영훈, 원성진 '황소 원투펀치'와 4지명 한태희가 3승을 합작하며 SK엔크린을 3-2로 꺾었다.
6승7패, 5위 자리를 단속한 한국물가정보는 중위권 격랑의 한복판에서 벗어나는 모양새를 취하며 포스트시즌 진출 의지를 분명히 했다.
반면 은근히 선두 자리까지 넘보던 SK엔크린은 6연승 문턱에서 주저앉으며 9승4패, 3위 포스코켐텍과 동률을 이뤘다(개인 승수에서 포스코켐텍보다 1승이 앞서(SK엔크린 40승, 포스코켐텍 39승) 2위 자리를 지켰지만 큰 의미는 없다).
▲'50대 50 예측불허'라는 사전 전망 그대로 밀고 밀리는 공방전이 마지막까지 펼쳐졌다.
강팀 SK엔크린을 상대로 팀의 1~5지명을 그대로 1~5국에 배치한 오더가 효과를 봤다. 세 판에서 상대 전적 우위를 점했다. 나머지 두 판에서도 한 판은 박빙, 한 판만이 전력 열세로 나타나 한국물가정보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 오더였다.
중계석의 문도원 캐스터는 '저는 한국물가정보의 오더가 약간이라도 좋아 보이는데요' 라고 말하자 홍민표 해설자도 '제 생각도 그렇긴 한데 요즘 SK엔크린의 기세가 워낙 좋잖아요. 그런 점이 반영된 것 아닐까요'라고 말했다.
▲삼성화재배 '나홀로 4강' 안국현(왼쪽)과 8강전에서 커제를 꺾은 안성준의 '안안 대결'.
전반기 승리를 포함, 상대 전적(3승1패)에서 앞선 안국현이 중반 들어 느닷없는 실수를 범하면서 순식간에 안성준의 승리로 끝나버렸다. 153수, 1시간 22분 만에 종국.
하지만 50대 50이든 55대 45든 그 차이가 뭔 대수랴. 막상 승부의 뚜껑이 열리자 고지전을 방불케 하는 양 팀의 공방전이 불을 뿜었다. 두 판의 단명국과 한 판의 반집승부, 숨가쁘고 거친 호흡만큼이나 승부의 흐름도 춤을 췄다.
안성준이 예상을 깨고 쉬운 선제점을 올리자 원성진이 즉각 반격에 나섰다. 상대 전적에서 약간 열세(7승9패)였던 홍성지를 상대로 귀중한 동점을 얻어냈다.
▲홈런이 될 뻔했던 희생 번트. 상대 전적에서 6전6패를 기록 중이었던 박영훈(왼쪽)을 상대로 승리 직전까지 갔던 이태현이 결과에 몹시 아쉬워하고 있다.
박영훈은 국후 '끝내기에 들어설 무렵에는 좋았는데 그 후로 뒤죽박죽이 되었다'고 총평했다.
이어진 장고대국의 결과가 한국물가정보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팀의 주장이자 '장고판의 황제' 소릴 듣는 박영훈이 SK엔크린 4지명 이태현을 상대하고 있었기에 쳐다보지도 않고 있었는데 결과는 놀랍게도 딱 반집승이었다.
한국물가정보가 2-1로 리드한 상황에서 진행 중인 두 판의 속기 대국은 누가 보더라도 흐름이 뚜렷했다. 5국은 한국물가정보 5지명 설현준을 상대로 이영구의 일방적인 우세. 4국은 그와 반대로 한태희가 SK엔크린 5지명 박민규를 상대로 눈부신 플레이를 펼치고 있었다.
결국 이영구가 먼저 판을 끝냈고(2-2), 마지막에 한태희가 박민규의 항복을 받아내면서 승부가 끝이 났다. 밤 10시 20분. 추석 연휴의 끝자락에 휴식이라도 주듯 이례적으로 빠른 종료였다.
9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상위 5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 최종 순위를 다투는 2017 KB국민은행 바둑리그는 내주 목요일(5일) 티브로드와 한국물가정보의 대결을 시작으로 16라운드를 속개한다. 팀 상금은 1위 2억원, 2위 1억원, 3위 5,000만원, 4위 2,500만원, 5위 1,500만원. 상금과는 별도로 매 대국 승자는 350만원, 패자는 60만원을 받는다.
▲이창호가 '꼭 올라온다'고 했다는 한국물가정보. 나중 일이야 어찌됐건 SK엔크린이 눈엣가시였던 정관장 황진단과 포스코켐텍은 이날 결과에 쾌재를 부르지 않았을까. 물가정보와 경쟁관계에 있는 팀들은 다들 울상이 되었겠지만.
▲전반기에 이어 다시 설현준을 제압한 이영구(오른쪽). 역대 여섯번째로 100승을 달성한 주역답게 6연승을 달리며 목표했전 10승 고지에 올라섰다. 단, 이날 팀이 패배하면서 자신의 승패와 팀 성적이 동행했던 징크스는 13경기 만에 종료.
▲상대 전적에서 약간 열세(7승9패)였던 홍성지와의 격차를 빠짝 좁힌 원성진(오른쪽). 중반 승부처에서 위험해 보이는 대마를 선수로 살린 다음 큰 곳을 차지하는 수순이 근사했다. 원성진 8승4패, 홍성지 7승6패.
▲남은 세 경기를 티브로드, kixx, BGF리테일CU 등 경쟁팀들과만 치르는 한국물가정보.
▲다음 경기는 포스코켐텍, 그 다음은 정관장 황진단으로 첩첩산중인 SK엔크린. 이날 패배가 아쉬울 수밖에 없다.
▲막간을 이용해 평소 귀여워하는 권효진 초단(13)과 따목 게임을 즐기는 김지석(왼쪽). 벌칙은 손가락 튕겨서 이마 때리기였는데 권 초단이 두 대를 연속해 맞고는 '살려달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세계챔피언의 아동 학대가 공공연히 자행되는 한국기원(?).
▲오랜만에 마이크를 잡은 한종진 한국물가정보 감독: 남은 세 팀이 지면 기회가 없는 팀들이라 부담스럽긴 한데 기회가 된다면 Kixx까지 넘어서고 싶다. 목표는 4위다. 마지막 한태희 선수판이 승부판이라 생각했는데 멋지게 대국을 해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