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시장에서 1등 상품에 돈이 몰리는 이유를 알면 돈이 보인다. 이달에는 최근 갈 곳 잃은 시중자금이 대거 몰린다는 외화예금을 살펴본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달러 강세’ 전망이 득세했다. 국내외 유수의 증권사에서는 ‘2017년엔 달러 강세가 연중 내내 지속될 것’이란 보고서를 쏟아냈다. 그래서인지 개인이 예치한 달러 외화예금 규모는 6월 말 현재 102억 달러가 넘었다. 그렇다면 연초 이후 가장 짭짤한 성과를 올린 외화예금 또한 달러 외화예금이었을까?
수익률 1위 외화 예금은 유로화 예금
연초 이후 가장 좋은 수익을 올린 외화예금은 바로 유로화 예금이다. 사실 작년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유로화 예금은 이자를 주지 않는다. 즉, 제시 이자율이 0%라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유로화 예금이 1등이 된 이유는 유로화 강세 때문이다. 원 유로 환율은 연초 1유로당 1250원에서 1316원(7월 7일 기준)까지 상승했다. 5.2% 가까운 환차익이 발생한 셈이다. 반면, 작년 말부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미국 달러화 예금은 어떨까. 현재 달러화 예금은 연 0.5~0.7%의 이자율을 제시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이자율도 오른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환율에서 발생했다. 연초 1210원대였던 원 달러 환율이 오히려 1154원(7월 7일 기준)으로 하락했다. 약 4.6%대 환차손이 발생했는데 은행수수료를 감안하면 원화로 인출할 시 5% 정도 손해를 본다. 엔화 예금도 기대 이하였다. 마이너스 기준금리인 엔화 예금 역시 이자가 없다. 그런데 100엔당 원 엔 재정환율이 연초 1026원에서 1013원으로 하락하면서 1.2%의 환차손이 나왔고 지금 원화로 인출할 경우 1.5% 정도의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외화예금은 어떻게 수익을 내지?
우선 외화예금의 상품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외화예금은 대부분 시중은행에서 가입하면 된다. 본인이 갖고 있는 외화를 예금하거나 원화를 자신이 원하는 해당국 통화로 환전해 예금하는 형식이다. 상품은 정기예금, 수시 입출금 등 다양하다. 금리는 은행마다 상이하지만, 국내 정기예금 금리보다 낮다. 또한 환전수수료가 발생한다. 그럼에도 외화예금에 시중의 돈이 몰리는 것은 ‘이자율’이 아닌 ’환차익’ 때문이다. 외화예금은 보통 해당 통화 국가의 금리를 적용받아 이자율이 정해진다. 하지만 현재 저금리는 세계적인 추세다. 유로존은 제로금리이고, 일본의 기준금리는 연 -0.1%이다. 그렇기에 외화예금에 가입하는 사람들은 ‘환차익’에 초점을 맞춘다.
예금인데 왜 손실을 보는가?
환차익은 외화예금 가입 후 외화를 원화로 찾을 때 해당 외화가 강세일 경우 발생한다. 그런데 더 큰 매력은 이 환차익에 대해서는 ‘비과세’라는 데 있다. 가령 미 달러 외화예금의 경우 가입할 당시 달러당 1000원인 환율이 인출할 때 1200원이 됐다면, 예금 가입자는 20%의 수익(환차익)을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취할 수 있다. 수십억원의 뭉칫돈이 들어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환차익이 있다면, 환차손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달러당 1000원인 환율이 800원으로 떨어졌다면, -20%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투자는 어떻게?
먼저 기본적으로 환율을 잘 살펴야 한다. 현재 세계적인 추세는 ‘긴축’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유로존은 양적완화를 끝내려 하고, 미국은 이미 금리인상 기조에 들어섰다. 따라서 이 경우 우리의 ‘원화’는 상대적인 약세가 더 두드러질 수 있다. 그래서 외화예금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실제 환율의 움직임은 상이하게 움직였다. 연초 이후 7월 초까지 유로화는 분명 강세를 보였지만, 미 달러화는 오히려 약세로 전환했다. 따라서 상품에 투자하기 전 해당 국가의 통화정책을 살피는 것이 바람직하다. 투자 방식은 ‘적립식’이 바람직하다. 한번에 목돈을 집어넣기보다는 환율의 한도를 정해놓고 돈을 쪼개어 ‘예금하고’ ‘찾는’ 식이다. 가령 원 달러 환율의 경우 달러당 1200원 선을 정해놓고 이 밑에서는 지속적으로 적립하다가 1200원 선을 넘으면 일부 금액을 찾아 차익을 실현하는 식이다. 또한 외화예금은 자산 배분 차원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따라서 자신의 금융자산 중 최대 15%를 넘지 않도록 비중을 지켜야 한다. 앞으로 달러화가 초강세가 될 거라든가, 엔화가 지난 2009년처럼 100엔당 1600원이 갈 거라고 ‘확신(?)’하고 전 재산을 거는 행동은 금물이다.
추천하는 외화예금은?
현재 유로화 예금이 강세지만, 호주 달러 예금과 스위스 프랑 예금에 관심을 기울여보라고 권한다. 일단 호주 달러의 경우 금리(이자율) 자체가 좋다. 현재 호주의 기준금리는 연 1.5%인데 호주는 자원부국이어서 평균적으로 금리가 항상 높은 편이다. 환차익과 무관하게 예금이자를 받을 수 있고, 호주 달러에 대한 세계적인 수요도 안정적이다. 스위스 프랑은 일명 ‘위기의 통화’라고 불린다. 신기하게도 세계경제가 흔들릴 조짐을 보이면 스위스 프랑의 가치가 먼저 오른다. 수익보다는 위험회피 차원에서 외화예금에 접근한다면 스위스 프랑 외화예금도 대안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