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분수대
20년쯤 전에 인상 깊게 본 사진 한 장을 다시 찾고 있는데, 서가(書架)를 이잡듯 뒤져 사진이 담겨 있을 만한 책을 다 꺼내 보아도, 여기 저기 헌 책방을 샅샅히 훑어 보아도 도무지 찾아지지 않는다. 이 쯤 되면 내 기억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 사진의 느낌이 너무도 강렬하여 잘 못 본 것이려니 하고 넘길 수가 없다. 독자들에게는 무례하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그 사진에 담긴 장면을 짧게 글로 풀어 설명해야겠다. “내관(內官)과 궁녀(宮女)가 머리를 감싸 쥐고 궁궐 문을 허겁지겁 뛰쳐나오고 있다. 그 옆으로 착검한 총을 든 일본 군인이 담을 뛰어 넘고 있다.” 1904년 4월, 경운궁에서 ‘원인 모를’ 화재가 났을 때, 그를 보도한 유럽 – 영국인지 프랑스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 어느 신..
지나간 것은 역사
2017. 10. 19. 14:12